언제나 그곳에 있어주길
몇 해 전, 산타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곳이 있었다. 바로, 로바니에미.
언젠가 휴대폰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던 그곳의 설경이 문득 이십 대의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는 중에 떠올랐다.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았던 눈부신 야경에 나도 모르게 저장해놓고 오랫동안 간직했던 사진이었다. 산타의 마을로 알려져 있고 그 명성으로 지금도 산타가 살고 있다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크리스마스를 그곳에서 보내면 정말 낭만적이지 않을까? 심사숙고하여 경치가 좋은 숙소를 예약하고 들뜬 마음으로 핀란드와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다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며칠 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둘러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하고 말았다.
'산타 마을'파산 위기... 관광객 급감에 "X마스 기적 필요"
눈이 휘둥그레 해진 채로 확인한 기사에는 정말 로바니에미가 언급되어 있었다. 스물아홉의 나에게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를 안겨주었던 로바니에미를 이런 기사로 다시 접하게 되다니. 아, 그렇구나. 산타 마을도 코로나 19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여행에서 산타를 만날 수 없었다. 로바니에미에 머물면서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던 산타 마을에는 대기표를 뽑고 2~3시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산타의 얼굴을 보고 짧게 몇 마디 주고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사진을 찍고 싶으면 소액의 돈을 내고 찍을 수 있는 정말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마냥 순수한 마음으로 산타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내 동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몇 시간 후에 다시 헬싱키에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었고 작은 마을이라 기차역까지 다니는 버스의 스케줄은 참 가혹했다. 산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곳임을 알았으면서도 나는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아침에 일어나 빨간 양말을 신으며 신났던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 마을이 파산 위기라니. 그 산타가 진짜 산타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번호표를 받고 설레어하던 사람들의 미소가 떠올라 괜히 시큰거렸다.
멀리 있는 나의 산타 마을, 로바니에미. 산타를 보지 못하고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괜찮아, 여기를 다시 찾아올 구실을 만들었다고.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고. 그땐 돈을 더 내서라도 산타와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찍고 마리라! 그렇게 마음을 달랬다.
정말 그 구실을 빌미로 로바니에미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벽 일찍 일어나 산타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부지런 떨 테니까. 아니, 늦잠을 자면 뭐 어때 기다리면 되지. 산타에게 당신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던 몇 해 전의 일을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곧 오기를.
그러니 언제나 찾아갈 수 있게 그곳에 항상 있어주길 바랄게, 로바니에미. 지금 너무 힘들지만, 잘 견뎌주길. 그래서 다시 만나는 그날에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로바니에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