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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Jul 26. 2020

지금 이 순간을 아끼며 살아가기

행복하지 않은 시대에도 다음이 있기에

안녕 나의 친구, 젬마. 


잘 지내고 있니?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한국에 오면 너를 꼭 보러 가고 싶었는데 전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와 함께 싸우는 우리는 만날 날을 기약할 수도 또 기대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 마음이 참 아파. 우리는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지키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 너와 나 또한 그렇지 않니?


몇 달 전, 미술 선생님인 너는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다며 수업 용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했지. 그때 너는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어. 변한 시대 속에 적응하며 맞춰나가느라 새로운 것들을 해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너는 수업 용 영상을 잘 만들어놓고 나니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쉽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지.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이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두근거림 또한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시스템 속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던 너. 어려운 현시대에도 나의 쓰임을 찾고 그 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언젠가 행복하지 않은 오늘이라도 내일로 나아가려는 밑거름이 될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일상은 말이야 늘 유랑하며 떠도는 그런 일상이었는데 놀랍게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지고 있어. 집이 단순히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 요즘엔 집에서도 일을 하곤 해. 듣기 좋은 재즈를 틀어놓고 커피 대신 따듯한 캐모마일 티 한잔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하지. 최근에는 어느 한 농가에서 델피늄을 사서 집안을 화사하게 꾸며 보았단다. 그랬더니 집에서 만큼은 코로나에 대한 근심과 걱정은 잊고 일에 대한 능률을 더 올리며 나름 나에게 집중하며 지내고 있어. 뭐, 사실 자유롭게 활보하며 걷던 거리가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야.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더 아끼며 지내는 법을 찾아보려는 거야.


노란 방의 델피늄

너도 알다시피 코로나가 등장하면서 많은 나라의 도시가 봉쇄되었고 그로 인해 도시의 하늘은 파란빛을 되찾게 되었어. 앞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다가 잠시 멈추게 된 이 시대 속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금 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환경 문제에 눈을 뜬 지금, 코로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권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야. 마스크뿐만 아니라 각종 식기류며, 비닐장갑까지 말이야. 그래서 우리 엄마가 만들기 시작한 것이 면으로 된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였어. 여름이 되면서는 숨 쉬기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삼베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하셨고. 엄마는 자신이 만든 마스크를 보고 누군가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선뜻 만드신 여분의 마스크를 건네주시기도 하시지. 마치 안부 인사처럼 말이야. 


무언가를 잃고 또 무언가는 얻는 건 사실 우리의 인생 어느 한순간에 늘 존재하곤 했는데 아마 코로나라는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한 일들이 벌어지니 더욱 손 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게 되나 봐. 그래도 언젠가 나아질 거라 믿어보자 하면 너무 무책임한 말일까? 무책임한 말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해보고 싶어. 움츠러드는 이 현실 속에서도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놓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씩 해나가 보자고 그리고 조만간 꼭 만나자고 그렇게 약속하고 싶다. 그러니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별일 없이 지내자. 안녕, 젬마.


너의 해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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