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About __ 10화

장례식에 관하여

쉼표 위에 남긴 것들.

by 쎄무와

장례식 (葬禮式)

•1

장사를 지내는 의식.


최근에 장례식에서는, 입관 예배를 위해 보인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예배 전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보니, 참 잘 사셨던 분이네요.”

그 말이 결과로 보이는 순간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고인을 위해 함께 울고 슬픔을 나누는 그 순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입관을 앞두고 유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자리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머문 그 순간, 내 감정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선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순간이 저에게 불편한 감정으로 남을 거 같았습니다.

슬픔조차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하는 공간. 그날 이후로 장례식이란 장소에 대해, 장례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슬퍼야만 진심일까?‘

이 질문에 저는 저의 첫 장례식 경험이 생각납니다.

초등학생 시절, 별 다른 생각 없이 간 장례식장.

영정 사진 속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가족들 모두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슬픔이란 감정 보단, ’나도 울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나오지 않는 눈물을 쥐어짜며 슬픈 ‘척’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슬퍼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다음으로 친구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갔습니다.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긴장을 했지만, 친구를 보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안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 슬픔이 오래갈 줄 알았지만, 장례식장을 나서는 순간 마음은 멀어졌습니다. 진심이라 믿었던 감정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진심을 전한다는 행동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슬퍼야만 진심일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뭔데?라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슬픔만이 진심의 유일한 언어라면, 얼마나 많은 진심을 놓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울지 못한 사람의 고통은 덜한 걸까?

웃으며 그 사람을 떠올린다면, 덜 사랑하는 걸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진심은 꼭 슬픔이 되어야만 증명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장례식은 고인을 위한 걸까, 남은 사람들을 위한 걸까?’

누구를 위한 걸까라기 보단, ‘모두’를 위한 장례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슬픔을 나누는 그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놓친 관계, 인연, 시간을 저로 인해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라는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례식이란 자리가 고인에게는 마침표의 순간이 될 것이지만,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에게는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쉼표 안에 삶의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장례식을 다녀올 때면 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는 것이, 잘 산 모습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기억의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보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겠지만, 저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고 떠들고, 좋은 곳을 함께 가고, 기쁘거나, 슬픈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을,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장례식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요즘 장례식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절차나 형식이 아닌, 개인이 원하는 장례식의 모습을, 원하는 장례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보단, 의미에 집중하는 장례식. 어쩌면 장례식의 더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다운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저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례식처럼, 고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장례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와의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간.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고해성사방이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직접 하지 못했던 말, 털어놓지 못했던 감정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

그 순간이 누군가가 마음을 가볍게 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하루를 어떤 일들로 채워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죽음이란 마침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오늘 하루를 쉼표를 찍어보며 삶에 대해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떤 장례식을 하고 싶나요?

그 쉼표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사랑하고,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장례식

•1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2

나다운 이별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3

마침표가 아닌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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