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About __ 21화

사과(謝過)에 관하여

사과의 본질.

by 쎄무와

사과(謝過)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


기억에 남는 ‘사과’가 있으신가요?


특별하게 생각나는 사과는 없지만, 부모님께서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자란 적은 없는데 부모님 마음 한켠에는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들은 이 사과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속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최근에 ‘나는 생존자다’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제가 들었던 의문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사과의 결정권이 하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

당연하지만, 복잡한 감정과 권력이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인 입장을 갖기도 어려울뿐더러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진심이 담긴 사과’에 대해서 의문이 남습니다.


사과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사과는 단순히 ‘미안하다’라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통을 공감하며, 변화를 약속할 때 비로소 진심이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안하다’라는 말은 공허하기만 할 겁니다.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하는 건 당연한 말일 겁니다.

그럼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해 당사자가 죽었거나 시간이 흘러 남은 가족들 또는 후손들에게 사과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사과를 한다고 했을 때, 사과가 가지고 있는 무게,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해자 가족 입장에서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인간이 가지는 이중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사과해야 옳다는 걸 알면서도, 사과하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기에 회피하는 것, 그 회피가 피해자에게 다시 2차 가해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사과를 받지 못했을 때는 어떨까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안 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든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사과를 받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가해자도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성숙하지 못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마음조차 사과의 어려움 속에 있는 인간의 본모습 아닐까요.


생각을 더해 갈수록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오게 됩니다.

모르겠다는 대답에서 사과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사과는 필요한 시작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완전한 치유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없고, ‘끝까지 미워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 모호함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게 사실 인간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상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사과’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게 다는 아니야’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과거에 있던 일을 자식이 나와 사과하는 모습도 나오지만, 그 모습이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호소하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마음이라면 오죽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진심 어린 사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진심 어린 사과라면,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그 잘못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줬는지 공감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무엇을 하겠는지 약속하는 것.

그것이 진심 어린 사과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행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행동을 한다고 했을 때 보상이 떠오르지만, 보상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사과를 사회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혼자만의 문제로 두지 않고 사회가 함께 제도적 행동을 만드는 것.

이 과정이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사회적 첫걸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때,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정한 사과가 될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먼저 사과하고 행동하겠다는 대답이 나옵니다.

사과를 받아주는 입장과 하는 입장 차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과 행동을 이렇다 말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이 올 때, 상대방도, 나도 아닌 모두를 위한 사과가 이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신에게 진심 어린 사과란 무엇인가요?

사과는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요, 나를 위한 것일까요?


사과(謝過)

1. 행동으로 옮기는 것.


2. 간극을 줄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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