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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데 Sep 16. 2024

부동산의 심리학

내 부동산 호가 보고 꿈에 부풀었다면…

얼마 전 서른 중반의 후배와 이야기한 일이다. 결혼하고 몇 년 되었지만 아직은 아기가 없는데, 아이 낳고 안정되게 살려고 집값을 알아보니 너무 비싸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신혼부부 특공등 분양을 알아보라고 하니, 연봉에서 걸린다고 한다. 둘 다 평범한 기업의 직장인인데, 특공 우선순위가 되려면 연봉이 말도 안 되게 작아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로 아기 낳고 이혼해서 한부모 가정이라도 돼서 우선순위를 받아야 하나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후배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서울로 왔으니, 부모님이 대학 때부터 자취 등 월세로 도움을 주셔왔을게다. 서울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따로 집값 부담도 있는 데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주욱 산 사람들보다, 서울 지리나 투자가치 판단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일찍 결혼해 부동산 폭등기 전에 집을 산 친구들이랑 자산 격차가 심하다기에 내 경험에 비추어 호가와 매가가 다가 아니다. 세금 떼고 이사 가려고 보면 집값의 10-20%는 내 돈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해주었다.


생각해 보니 몇 년 전에 한국에 다녀온 후 신세한탄을 했던 후배도 문득 생각이 났다.


본인은 열심히 맞벌이하며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전업주부로 아이 키우며 집에 들어앉은 친구들과 자산이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한 게 벌써 5-6년 전.


그 친구는 정말 성실하게 일했고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주며 키워냈고, 어느 정도 현금 자산도 마련했으니 지금처럼 금리가 올랐을 땐 예금으로 돌리던 투자로 돌리던 금융 소득으로 제2 월급을 만들고, 금리 하락의 조짐이라던가 부동산 반등의 조짐이 있다면, 대출을 약간 받고 집을 마련하면 될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한편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내 삶을, 내 일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도 나한테 학군의 이점이던, 월세의 이점이던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결국에 노후되어 손이 많이 가고 세금 부담으로 손실 중이라면 어느 동네에 산다는 게, 소유하고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지금은 과열되어 있다.


부동산 비교로 인해 좌절했던 마음을 내적 에너지로 삼아 얼마 전에 이직해 아시아 총괄 자리로 승진한 후배를 보며 인생은 누구와 비교할 것도 아니고, 없다고 슬퍼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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