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만 지는

by 지안


왜 아직 그 멈추인 비가

나의 길을 적시고 있는 건지

되려 오지 않는 비를 기다리는 판국에

그 희미한 존재의 시작은 어디인지

샅샅이 잡아내고자 하여도

이는 도통 추리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내적 갈망과 결핍에서부터

기인하여 내 저 바닥 끝에 퍼지어

어떠한 화학작용으로도 쓸어내기

어려운 축축한 것을 퍼낼 수밖에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주 먼 시절의 환경에서

새어 남았을 것이 여적 내 발과

몸을 쳐지게 할 만큼

오래로부터 시작된 집착들이었다.


오늘의 끝에는 멈추인 비에 실어내

내 길을 말려내기를.

시원한 바람 열 숨 불어와

기어코 마른땅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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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