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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계절

by 지안


향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나.
꽃 향이었을지, 바람의 향기였을지,
그즈음 몰아쳤던 비의 향기였을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다 향으로
가득하였던 것일지 모르지만.

짧아서 겨를 없이 계절감을 느끼고
이내 다시 찾아온 계절의 옷을 입고
그 계절의 신발을 신었어.
그래도 그 계절이 있었다는 걸
남아있는 향기로 기억해.

짧은 네 계절의 향은 곧 사라지겠지.
나는 꽃과 바람과 비의 향을 열심히
지워볼게. 아주 짧아서 있었는지
언젠가 흐릿하여 헷갈리는 순간이
오도록 지금의 계절에 충실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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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