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안



분명 그 때였다. 지구 가까이 앉은 네가 커보였던 그 날. 그 때 빠졌다. 너무 가까우니 너무 커보여서 무서웠다. 네 빛에 나도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숨김없이 빛을 내니, 주황색에 가까웠다. 주황색은 예쁜 색이었다. 내가 아는 달은 노란색이었는데. 그 이상의 빛을 낼 수 없는 줄 알았는데. 네가 태양에 가까워 보일 줄은 몰랐다. 태양과 같은 열정이었고, 달에 구멍난 상처들은 그대로였어도 지구 곁을 돌아주었다. 너와 난 달랐다. 난 멀쩡해 보여도 속은 끓고 있었다. 다음 날은 멀기만 했으니.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물결 위로 네 흔들리는 그림자와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마주할 뿐이었다. 네 그림자에라도 닿을 용기는 없었지만 이해가 되었다. 마냥 널 내 흐르는 천 위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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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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