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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상태

by 탄주

1. 진공상태는 곧 무중력상태인가?

무중력 상태란 중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알기가 쉽습니다. 무중력상태의 ‘무’ 자가 없을 무(無) 자이기 때문에 의식이 없는 것을 ‘무의식’이라 하고, 책임이 없는 것을 ‘무책임’이라고 한다고 하여 같은 맥락으로 무중력상태는 중력이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중력은 만유인력의 결과이며, 만유인력은 모든 물체사이에 당기는 힘이고, 그 힘의 크기는 두 물체사이의 질량에 비례하고 두 물체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중력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론상 우주 전체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리가 멀어지면 힘이 상당히 약해지지만 한쪽에서 멀어지는 것은 다른 쪽에 가까워질 것이므로 그 모든 천체에 의해서 받는 만유인력을, 방향까지 고려해서, 모두 더했을 때 작용하는 힘이 상쇄되기는 확률적으로 0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의 중간에 있는 물체는 달보다 지구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지구에서 당기는 힘이 더 크지요. 그러나 달 쪽에 더 가까이 가면 지구와 달이 그 물체를 당기는 힘이 비기는 지점이 딱 한 군데 있을 것이고 그곳이 바로 무중력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우주에는 지구와 달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태양, 목성, 화성, 토성, 그밖에 수천수억의 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천체들의 중력도 고려한다면 중력이 비기는 지점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기권 밖이 무중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기권 밖은 공기가 없고 따라서 중력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기권이라는 것은 국경선처럼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희박해져서 없어지는 줄도 모르게 없어지는 것이지, 어느 특정한 고도 이상의 공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지요.


공기가 없는 상태를 진공상태라고 하는데 진공상태가 된다고 하여 자동으로 무중력상태가 되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유리관 속에 오리털과 동전을 같이 넣고 밀폐한 다음 공기를 빼서 유리관을 진공으로 만든다고 해서 유리관속에 작용하는 지구의 중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유리관을 거꾸로 들어 동전과 오리털이 낙하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리관을 진공으로 하면 공기의 마찰이 없기 때문에 공기를 빼기 전보다 더 빨리 떨어질 것이며, 재미있는 것은 동전과 오리털이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공기의 마찰이 없어졌기 때문에 질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체가 같은 시간에 바닥에 닿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무중력 상태의 진정한 의미

무중력상태라는 것은 중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졌을 때 엘리베이터 안의 상태가 그와 같은 상태가 되지요.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지면 엘리베이터와 그 안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들고 있는 물컵등 모두가 자유낙하를 시작하게 되며, 질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체는 같은 가속도를 가져야 하므로 엘리베이터를 포함하여 모든 물체가 평행 이동하듯이 땅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던 동전을 놓더라도 그 동전이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전이 1m를 떨어지면 엘리베이터도 1m를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바닥과 동전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지요.


역학의 창시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미 17세기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어깨에 짊어진 짐의 하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어깨에 짊어진 짐과 같은 속도로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 짐이 우리를 눌러 하중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당신이 달리는 것과 같은 속도로 당신 앞을 도망쳐 가는 사람을 칼로 찌르려는 것과 아주 흡사한 현상이다......"


그와 같은 상황을 엘리베이터의 안에 있는 사람이 보면 마치 중력이 없어져서 동전이 공간에 둥둥 떠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이때 이 사람이 들고 있던 물컵을 거꾸로 해도 물이 엘리베이터의 바닥으로 쏟아지지 않고 컵을 위쪽으로 빼면 물덩이가 공중에 그냥 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이 1m를 떨어지면 엘리베이터도 1m를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바닥과 물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엘리베이터에 체중계가 있고 이 사람이 체중계의 위에 올라가 있을 경우 체중계는 이 사람의 체중이 0이라고 가리킬 것입니다. 체중계와 사람이 자유낙하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체중계를 누를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체중계를 빌딩의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가서 체중계를 발밑에 댄 다음에 옥상에서 체중계와 함께 펄쩍 뛰어 자유낙하하는 과정에서 자기 체중을 재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위험하니 질제로 실험하지는 마시고 머릿속에서 하는 실험(사고실험)을 하면 자기 체중은 0으로 측정되겠지요. 그와 같은 실험이 엘리베이터의 안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의 안에서도 체중이 0이라고 측정될 것입니다. 내가 체중계를 누를 수 있으려면 체중계보다 내가 더 빨리 떨어져야 가능한데 모든 물체는 질량에 관계없이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것이 어느 것을 누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의 속에 있는 사람은 그 순간 중력이 없어진 것과 완전히 같은 상태, 즉 무중력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낙하한다고 해도 10초 이상 무중력상태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롯데 빌딩의 꼭대기에서 자유낙하를 할 경우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은 높이가 500m라면 대략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중력상태를 10초 이상 경험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지요.

더구나 무중력상태는 별로 기분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자동차가 갑자기 언덕을 넘어 경사가 급한 아래로 내려갈 때 엉덩이가 서늘해지며 공중에 뜬것과 같은 경험할 수가 있는데 그런 느낌의 연속이 바로 우리가 무중력상태에서의 기분일 것입니다.


3. 비행기와 인공위성의 차이

그러면 우주인들은 어떻게 무중력상태를 오래 경험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까요? 또 인공위성 안은 왜 무중력상태일까요?

이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선 비행기와 인공위성은 근본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엔진이라든가 연료, 가격, 비행고도, 비행속도,... 등의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엔진이 정지했을 때 추락하여 땅에 떨어지느냐의 여부입니다. 즉 엔진이 정지했을 때 떨어지면 비행기이고 떨어지지 않고 계속 비행할 수 있으면 인공위성이지요. 상공을 나는 비행체가 엔진이 꺼질 때 반드시 추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인데 뉴톤은 그의 저서에서 아래 그림을 이용하여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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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처럼 속력이 너무 작으면 결국은 떨어지지만 C와 같이 어느 속도 이상의 속도를 갖은 상태에서 엔진이 정지하면 땅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인공위성이라고 하고, 우리도 얼마 전에 ‘우리 별 1호’라는 인공위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D와 같은 경우는 속력이 어느 속도(탈출속도) 이상이 되었을 때 땅으로부터 자꾸 멀어져 결국 지구를 떠나서 다른 천체의 인력권으로 들어가든가 혹은 영원히 우주 속을 비행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우주에는 공기와의 마찰이 없으므로 우주선의 엔진이 정지하더라도 그 역학적 에너지는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는 비행고도가 낮기 때문에 우주선과 같은 속도를 갖더라도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서 점차로 역학적 에너지가 줄어 결국은 추락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인공위성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가 충분히 높아 공기의 마찰이 없어야 하고 상당한 정도의 수평 속력(8km/s)이 있어야 합니다.


비행기에서도 무중력상태를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때이고 비행기의 정상적인 항로에서는 무중력상태가 없습니다. 만약에 비행 중에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다면 그 비행기 안은 공포의 도가니가 될 것이 뻔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무중력으로 느끼지 않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은 추락하지만 땅에 떨어지지 않으므로 무중력 상태를 오래 동안 심지어 몇 년간을 경험하고도 살 수 있습니다. 로켓이 가스를 뒤로 품으면서 추진을 할 때는 우주선의 선체가 먼저 가속이 되고 그 선체에서 사람이 힘을 받아 가속이 되어 몸무게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우주선이 추진을 중지하면 어느 물체도 중력 이외의 힘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느 것이 다른 것에 힘을 미칠 수가 없고 그 안의 모든 물체는 둥둥 떠다니는 상태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공위성 밖에서 인공위성을 관찰하는 사람은 인공위성이 운동 법칙에 따라 운동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의 내부 상태와 같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속도에서의 인공위성은 엔진이 꺼져도 땅에 닿지 않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우주인들은 10초, 20초가 아니라 몇 달 혹은 몇 년씩 무중력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무중력상태를 오랫동안 경험하면 신체적, 생리적으로 이상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평상시에 앉았다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행동도, 운동을 하는 것이지만 무중력상태에서는 근육을 쓸 일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고 소화도 잘 안될 것이며 뼈가 약해지는 등 여러 가지 신체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무중력 초기의 심리적인 불안감등도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수중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무중력에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하고 실제의 무중력에 대한 훈련은 비행기를 타고 상승했다가 엔진을 끄고 자유낙하하듯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하면 그 짧은 순간동안은 무중력상태이므로 무중력에 대한 적응훈련을 하고 다시 엔진을 가동하여 같은 궤도를 그리면서 반복적으로 무중력 적응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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