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거리는 직선이 아니다.
지구 관통 터널
우물을 파고 파고 또 파면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다. 지구 중심이 너무 온도가 높아 모든 것이 다 녹을 거지만 그 문제도 극복해서 지구를 수직으로 관통하고 단열벽으로 터널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 관통된 우물 속으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지구 중심에서 정지할까? 지구 반대편으로 빠져 버릴까?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 온다. 가 정답이다. 우물에 돌을 떨어뜨리면 경험한 대로 자유낙하한다. 바닥이 없는 우물이므로 지구의 중심을 지날 때까지 속도가 계속 증가하다 지구 중심을 지나는 속도가 8km/s가 된다. 총알의 속도가 1km/s를 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속도를 어림할 수 있다. 소리의 속도는 340m/s이다.
중심을 지나면 상승모드가 되어 속력은 점점 감소한다. 지구 반대편에 다다를 때 속력은 0이 되고 이때 밖으로 나가면 아마도 아르헨티나 어딘가일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약 2500초가 걸린다. 42분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온 것이다. 이때 가만이 있으면 다시 자유낙하하게 되고 올 때의 역순으로 42분만에 원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1시간 24분만에 지구 반대편까지 편하게 갔다 오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여행 과정 전체가 무중력 상태라는 것이다. 자유낙하에서 모든 물체는 같은 속도로 떨어지므로 누가 누구를 누를 수가 없다. 가지고 있던 가방을 놓아도 공중에 그냥 떠 있고, 먹다 흘린 물방울이 공기 중에 그냥 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주 여행을 돈 한푼 지출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한편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물체를 옆으로 8km/s 의 속도로 던지면 이 물체가 떨어지는 사이에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땅도 휘어지므로 이 물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즉 인공 위성이 되는데 이 저궤도 위성은 1시간 24분마다 지구를 한바퀴 돈다. 즉 지구 관통 터널 속의 운동은 저궤도 위성의 그림자처럼 보인다. 관통 터널 속 엘리베이터의 진동 주기와 저궤도 위성의 회전주기가 같다는 것이다. 위성 내부와 엘리베이터 내부는 무중력 상태이다.
이 모든 계산은 공기의 마찰을 무시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지구관통 터널에 공기 저항으로 진동의 폭이 점점 작아져서 결국 지구 중심에 정지한다. 마치 그네가 흔들리다가 진폭이 점점 작아져 중간에 정지하는 것처럼. 인공위성이 도는 고도에는 공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인공위성의 속력은 거의 감소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그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마찰이 0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땅으로 떨어진다.
관통 터널이 아니라 옆으로 터널이면 어떤가? 지구 반대편인 대척점으로 가려면 지구를 관통해야 하지만 땅 속으로 부산에서 신의주로 간다고 해보자. 땅을 수직으로 파면 안 되고 신의주 방향으로 비스듬히 파야 될 것이다. 계속 같은 방향과 각도로 파고 들어가면 나선을 그리며 지구 중심에 이른다. 따라서 지구 표면에 있는 신의주를 가려면 어느 깊이에서는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 지점은 부산과 신의주의 중간지점인 서울의 지하에 왔을 때에 같은 구배로 같은 거리를 올라오면 신의주이다. 이 경로가 최단거리이다.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최단거리가 된 것이다. 지상에서 부산 신의주 직선거리는 사실 최단거리가 아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그 직선거리는 사실 원주를 이루는 곡선 거리이다. 지하로 내려갔다 왔으면 분명 직선이 아닌데 그 직선이 아닌 것이 사실은 직선이고 최단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