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히면, 어디로 가겠는가?
-일단 출근해야지.
내 친구는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는 올해 대리가 되었다.
-성당 가서 기도할래.
이틀 전에 헤어진 전 여자 친구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녀의 세례명은 브리지드(Brigid)다.
-룸살롱.
이모부는 그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부도나기 전까지 이모부는 유흥의 황제였다.
사람마다 대답이 다를 것이다.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 만사를 제쳐두고 애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 NASA에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 어쩌면 누군가는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릴지도 모른다.
어떤 시간이 어떻게 반복되는가에 따라 선택이 다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타임루프에 갇혀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종류의 텍스트를 많이 알고 있으니까. 그레고리 잠자는 벌레가 되었을 때 무기력하게 당했지만, 이미 카프카의 『변신』을 읽은 사람은 갑자기 벌레가 되어도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지 않는다.
나는 도서관에 갔다.
나를 가둔 시간은 일주일이다. 화요일에 시작해서 다시 화요일로 돌아온다. 시작은 전화벨 소리다. 나는 잠에서 깨서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주식회사 금호웰빙의 인사담당자다. 1차 서류 심사에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내용이다.
-수요일 두 시까지 8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 말을 두 번째 들었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시간이 일주일 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아! 식상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똑같이 반복된다면, 나는
가) 화요일 내내 면접을 준비한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고, 와이셔츠를 다림질하고, 구두를 닦고, 면접 연습을 한다.
나) 수요일에는 면접을 보러 간다. 서류 심사에 합격한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대기실에는 열두 명밖에 없다. 면접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과학기술부의 정책을 묻기도 하고, 빅데이터를 근거로 고객 수요를 추리해보라는 질문도 있다. 나는 몇 군데서 버벅대지만 아는 대로 성실히 답변한다.
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목요일 내내 기다린다.
라) 금요일에 문자로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그날 밤에 친구를 불러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 술에 취해 전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 안에서 구토를 하는 바람에 세차비로 10만 원을 뺏긴다.
마) 주말에는 숙취를 핑계로 계속 잔다.
바) 월요일에는 채용 정보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쓴다.
가) -수요일 두 시까지 8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말했듯이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도서관에 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