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먼 이국의 섬으로 여행 가는 내용의 소설을 쓰려 할 때,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경험을 활용하는 것. 내가 가본 섬을 배경으로 삼거나, 어느 섬이나 마찬가지인 공통점을 활용하면 된다. 어떤 작가는 직접 답사를 간다. 현장감과 디테일을 살리기 쉽지만, 돈·시간이 많이 들고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나 또한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소설을 썼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이 방식으로는 이국의 섬에 대해 쓸 수가 없다. 여행 갈 돈도 없지만, 멀미가 너무 심해서 멀리 갈 수가 없다.
둘째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 가이드북 또는 여행 후기를 읽거나 영상을 찾아본다. 몇 번의 여행으로는 알기 힘든, 이를테면 계절의 차이, 연간 방문객 수치, 철광석 매장량 같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자료에 먹혀 버릴 수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매력적인 게 너무 많아 소설에 필요 없는 장면도 갖다 쓰게 된다. 드물지만 그 자료가 틀릴 때도 있다. 특히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 나는 이 방식으로 이국의 섬에 대해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료 조사는 생각보다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가 즐겨 쓰는 셋째 방법은, 그냥 세상에 없는 섬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북태평양 어딘가 화산섬 '그리하라'가 있다. 그 섬에는 긴혀원숭이가 서식하고, 피넛코코멜론이 풍부하며, 돌팔매로 사냥하는 원주민 활명족이 산다. 금(金) 매장량이 많아 스페인의 침공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활명족은 금이 섞인 돌멩이를 던져 스페인 군대와 전투를 벌였는데, 돌팔매질을 받아 충분한 금을 확보한 군대는 스스로 퇴각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누구도 오류를 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섬은 없으니까.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든 커플이 소설에나 나올 법한 멋진 섬에서 행복하기를.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8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