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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Feb 28. 2021

어디를 가도 어떤 모습이어도

누구보다 당신의 선택이어야 해요.

네 선택이어야 해.

당신의 마음을 봐요.

 

나를 만나는 모두가 나에게 하는 말이지만, 나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상황도, 타인도 아닌 나의 마음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내가 놓인 상황과 나를 둘러싼 모두가 나와 연결되어 있으니 선택을 할 때는 조금씩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된다.


나의 한 마디에 엄마는 얼마나 참았을지 모를 울음을 터뜨리셨다. 그 울음소리와 말소리가 가슴을 쳤다. 묵직하게. 나의 삶은 내 것이면서도 그의 것이기도 했다. 내가 그에게 독립적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의 삶은 밀접했다. 아니,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엄마는 홀로 두 딸을 키웠다. 그중 첫째인 나는 무던히 자랐다. 동생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둘 다 엄마의 삶이 고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 문제랄 것을 만들지 않으며 자랐다. 우리에게 문제는 그냥 생활 자체였다. 사는 것이 문제였기에 더 큰 걱정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저 내일 같이 밥을 먹고, 학교를 갈 수 있고, 집에서 잠들 수 있는 하루들. 더 좋은 것을 바라고, 얻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았다. 그리고 그만큼 어리기도 했다. 어린 우리는 선택의 폭이 적은 만큼 작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어가며 자랐다.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은 결국 삶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폭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게는 없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선택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선택지가 내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그 선택 사항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조건에서 할 수 없었다는 것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지 않은 것.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질문을 받거나, 스스로 과거로 돌아가 같은 문제 앞에 선다고 한다면 같은 질문에 나는 또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고 답한다. 혹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어디로 돌아가도 결국 내가 할 선택들은 그때 내 기준에서 최선이라 생각했을 것이며, 다른 선택지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시야와 여유로 살았던 시간이니까.


지금은 내게도 조금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알았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매일 열심히 살고 있다. 자고, 일어나고 치우면서. 물론 선택의 순간, 결정의 순간도 미루면서.


힘들게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크게 남지 않았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내가 한 결정들의 결과였으니까. 물론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프고, 힘들고 모두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두는 것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오늘도 계속 나를 들여다본다. 내 마음을 마주 하려고 한다. 좋은 것도 힘들고 아픈 것도 결국 내 것인데 등 돌리고, 눈 돌린다고 남의 것이 될 수 없으니 방법은 계속 들여다 보고, 물어볼 수밖에.


정말 원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거야?


친구가 말했다. 무엇도 나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내 마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린다. 친구의 말도, 주변의 말과 상황도 하나씩 지워가면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며, 나에게만 물어봐야지.


친구, 내가 어디를 가도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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