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매일 나는
어떤 순간과 감정도 절대 실리지 않는다. 찍히지도 않고, 간직하려 해도 결국 날아가 버린다. 아무리 강렬한 기억이라도 지나온 자리를 더듬어 보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홀로 기억을 되짚고, 느낌을 떠올리는 방법뿐.
희미해지지 않도록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는 것. 행복한 순간을 차곡차곡 쌓는 것. 어디에도 온전히 남길 수 없지만 언제든 떠오를 수 있는 기억으로 자신에게 새겨 넣는 것.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내가 찾은 방법은 사진과 글.
아무리 열심히 남겨두려 해도 되짚다 보면 많은 시간이 흐릿해진 채로 발견된다. 심지어 고개를 돌리면서도 조금 전까지 하려 했던 말과 행동이 잊히기도 한다. 요즘은 몇 해 전, 혹은 며칠 전 사진들이 소환되는 알람이 뜬다. 2019, 2020, 2014..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들이 떠오른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함께. 켜켜이 쌓아둔 시간 속에서 홀로 찍어둔 사진이 많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나는 길에, 앉았던 자리에서 혹은 지워버리고 싶었던 날을 살면서도. 악착같이 찍고, 모으면서 매일을 살았다.
많이 웃고 또 울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품고 매일을 보냈는데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너는 여유가 있어 좋겠다."
나는 여유도 없고 아직 힘도 없다는 대꾸를 하려다 말았다. 어떻게 말해도 나의 감정과 내가 지나온 시간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나 조차도 기억을 왜곡하고 감정을 곡해하기도 하며, 이해를 거부하기도 하니까. 또한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아니 누구나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가질 수 있으므로. 자신을 이해하기도 벅차고 나의 감정에 휩쓸려 이리저리 부딪히기 일쑤인 매일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지친다. 종종 이해하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이해하느라 감정과 시간을 허비하는 날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매일 나는 버티고 또 사진을 찍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어차피 흔적이 남는다면 지나가야 할 길이라면 기록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 기억하고 싶은 것, 지워지지 않는 것도. 몽땅 남기기로 했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시간을 잘 담아두었다가 차분히 뒤적이며 내게 좋은 것들을 걸러 내야지. 버티지 않고 지나는 내일이 오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