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뜨지 않은 시간. 늘 새벽 갓밝이에 집을 나섰다. 버스에 오르면 아무도 없었다.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도 나뿐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에 도착해도 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 뒤는 바로 산이어서 더욱 어둑했다. 건물 입구는 세 군데. 가운데 입구로 향하면 경비 아저씨께서 문을 열어 주셨다. 비상구 불빛이 옅게 밝혀주는 계단을 따라 교실로 향한다. 고요하다. 아무도 없는 곳.
교실로 들어가 불도 켜지 않은 채 자리에 앉는다. 책상에 엎드려 모자란 잠을 청한다. 울면서 밤을 새우고 나면 다시 일어나야 하는 아침. 방에서는 잠들지 못하고, 책상에 엎으려 쪽잠을 잔다. 불이 켜지고 교실이 소란스러워질 때까지 잠들어 있는다. 겨울부터 겨울까지. 첫 차를 타고 등교를 했다. 더는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까지.
19. 고3. 그럴싸한 추억도 없고, 목표도 없었던 시기. 20이 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랐던 시기. 하고 싶던 것들은 전부 미루고 감추며 보냈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냈던 시간. 아니 무엇도 할 수 없었던 시간. 19살의 나는 물 위에 둥둥 떠 가는 비닐봉지 같았다. 쓸모도 없고, 목적도 없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만 있는.
시험을 치르고, 원서를 쓰고. 가고 싶은 곳도 없으면서 가야 할 곳을 찾았다. 집이 아닌 곳이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길 바랐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