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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Apr 02. 2020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월 19일, 오늘 밤은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감기에 잠긴 목소리로 그는 내 저녁부터 걱정했다. 저녁은 무얼 먹었고, 혹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 했다. 나는 물 섞인 목소리로, 아파서 누운 몸으로 또 무얼 만들겠다고 말하느냐며 에둘러 거절의 말을 한다.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는 감기 다 나으면 해 주시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나는 이따금 지내는 것이 애달플 때가 오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애달파 전화를 걸면 그가 애달파진다. 어쩔 수없이 닮아버린 서로의 모습을 보며, 좋은 것 다 두고 나쁜 것만 닮았다 푸념을 한다. 내가 아픈 것은 다 자기 탓 이라며 스스로 죄인이 되려 하는 그에게 내가 할 말은 미안하다는 말 뿐이다. 그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내가 다시 죄인이 된다.

서로의 잘못도 아닌 일로 수의(囚衣)를 해 입고는 하지 않아도 될 사과의 말들만 쏟아 놓는다.


나는 당신 잘못은 없다 말했다. 당신의 삶 덕에 이나마도 살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어서, 자신이 무엇을 주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내게 다 주어서 나는 오늘 힘을 내 그에게 전화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엄마가 힘들게 사시는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나도 힘들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그렇게 살아낸 모습을 본 덕에 힘들어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생각한다. 그는 내게 너무 힘들면 당신을 생각하며 살라 하셨다. 그의 삶에서는 나와 내 동생이 힘이 되었다고, 내 삶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살다가 너무 힘들 때에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살아 달라고.


통화를 하며 나와 엄마는 울다가 웃다 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울었다. 그리고 울면서도 웃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는 일이 있었다. 하루가 고달파도 웃는 일은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만 주고받다 서로에게 잘 자라는 인사 끝에는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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