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오 Apr 02. 2020

“언제든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어요.”

Stand by me

16년의 시간이 그에게는 이제 많이 버거워진 것 같다. 내가 출근을 준비하던 아침, 우리 집 강아지가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질 못했다. 일으켜 세워도 다시 바닥에 몸을 붙이고 고개는 들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몸을 부들부들 떨지도 않았다. 그럴 힘조차 없어 보였다. 작은 강아지를 담요 위에 올려두고 할 수없이 출근을 했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강아지를 담요로 싸서는 집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몇 해전 수술을 했던 병원이었다. 의사는 우리 강아지를 기억했다. 그동안 건강해서 볼 일이 없었는데 다시 만났다며.


체온은 36.5였다. 평균 체온보다도 낮다고 했다. 많이 떨었을 거라고. 대사가 잘되지 않고, 혈관도 보이지 않았다. 몸에 부종도 있고 약해진 상태라는 말에 내 몸속에 모든 것이 내려앉았다. 피검사를 위해 주삿바늘을 꽂았지만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담요로 따듯하게 안고, 앞다리와 뒷다리, 배와 등을 계속 문질러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담요 사이로 머리를 내밀어 나를 보고, 나와 함께 온 동생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걸어서 우리 강아지 소식을 또 다른 가족인 그에게 전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강아지의 떨림이 잠깐 멈추었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 강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도 큰 병원에 갈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달리 어떤 약도 처방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통증을 조금 줄여 주고, 대사를 도와줄 주사 처방만 할 뿐이었다. 이제는 언제든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몇 년 전 수술 이후에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말도. 우리 강아지가 착해서 미리 신호를 주고 있는 거라고 했다. 16이라는 나이는 그런 나이였다. 잘 먹고, 잘 지내서 괜찮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무지했다.

사료를 그렇게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던 이유는 대사가 활발하지 않아서였나. 내가 그렇게 살이 빠졌던 때의 모습이 그랬는데.. 먹어도 살이 계속 빠지고, 먹는 음식이 몸으로 흡수가 되지 않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모습이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결코.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이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되지 않았을까. 많이 자고 적게 움직이면서 생활하는 그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최대한 많은 것을 줄이는 삶이다. 그와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눌 수 있는 모든 마음과 시간을 나누고 싶다. 언제 그와 우리가 함께할 삶이 멈출지 모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지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