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감 : 바 닥
혹, 지금 바닥에 계시다면 제 글은 읽지 마세요. 그냥 지나치세요.
바닥을 치는 것과 바닥을 보는 것
무엇도 쓸 수 없어 이렇게라도 씁니다. 저는 지금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손목에는 ‘Vis ta Vie’ 라 새겼습니다. 저 문장처럼 살고 싶어서요. 그런데 도무지 잘 되지 않네요. 글을 쓰는 일도 몸이 성하고, 정신이 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아무리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날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지나는 생각과 문장을 끌어다 적습니다.
“더는 매여있고 싶지 않아요.”
제 말에 앞에 앉은 이의 눈이 웃었습니다. 아주 적절한 말이라고, 무릎을 치며(적고 보니 너무 뻔한 표현인데, 정말 그랬습니다.) 말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하늘과 땅(아, 이 표현도 정말 뻐언한데요. 다른 표현을 찾기에는 지쳤어요,)만큼 차이를 내면서 오르락내리락해서요. 어제는 저 말을 하며 저도 웃었는데, 오늘은 없는 말을 끌어다 쓰며 앉아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게 해로울까 싶다가도, 이렇게도 쓰지 못하는 날이라 정말, 바닥에 있는 것 같아서요.
당장이라도 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눈물도 나지 않는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마감을 앞에 두고 쓰고 있어요. 퇴고도 없고, 오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메일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후회할 거고요. 저는 저를 닮은 글 밖에는 쓸 수 없어서 제 모양을 한 글만 쓰고 있네요. 말 그대도 저는 바닥을 쳤고, 제 바닥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구나. 여기까지구나.’ 하면서요.
다음 글감으로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요. 태재님이 드라이브 신청서에서 늘 하시는 질문에 매 달 다른 답을 합니다. 마치 말을 주고받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솔직해집니다.
버티기요.
저는 답했습니다. ‘버티기요.’라고요. 네, 저는 이 달에는 글을 써서 버티고 싶습니다. 매여있지 않기 위해, 그리고 또 밥을 짓고, 글도 짓고. 무엇보다 웃기 위해서요.
혹, 읽으신 분이 계신다면 감사합니다.
(힘들게 읽어주셨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하기 싫어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글감을 받아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매주 메일로 글감을 받고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씁니다. 그렇게 쓴 글을 싣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