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4일의 감정
오늘은 신경이 예민하고 짜증이 많은 날이었다. 아침의 텁텁하고 더운 공기 속에 발을 내디뎠을 때 느껴지는 뭔가 꼬이는 느낌이 있지 않나.
지하철 신호장애로 인해 열차가 밀려서인지 사람들이 더 급하게 통행했고, 발을 밟히고 나오는 와중에 나도 다른 사람을 치고 팔꿈치에 갈비뼈를 맞으면서 아침부터 화가 치밀었다. 지하철이 너무 싫고, 다음에 지하철을 안타도 되는 곳에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거듭했다.
첫 출근을 했던 일주일 동안은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지하철 타는 것도 설렜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지하철에서 치고 치이는 과정에서 성격 버리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뛰어서 회사에 겨우 도착해서 지각을 면했는데, 그러고 나니 다른 사람의 실수를 충분히 이해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굳이 내가 짜증 낼 필요 없는 타인의 책임감 없어 보이는 모습이나 시끄러운 장소, 잘 되지 않는 공부, 약속을 조율하는 과정에서의 죄책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쳐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송곳이 머리 위에 벼르고 서서 어디를 찌를지 모를 것 같았다. 내 감정에 이기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봐 오늘은 그냥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혼자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내 감정까지도 신호장애에 걸린 듯 이리저리 꼬였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천천히 공부를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어느새 다시 조급해져서 나의 결점을 보듯이 타인의 결점이 눈에 들어오고 답답해진 걸 수도 있다. 내 완벽주의가 타인에게도 향해서 미움받게 될까 봐 마음이 불편했을 수도 있다. 오래간만에 일주일 이상 집중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다시 주변과 비교하는 마음에 울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예리해진 신경이 조금 무뎌질 때까지 집에서 쉬면서 재충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은 조금 더 편안한 기분이지만, 요즘 들어 늘어난 짜증을 들여다봐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 같아 마음이 아주 가볍지만은 않았다.
의사 선생님께 또 한 번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쉽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이걸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웃기다. 힘을 빼고 사는 법이 사실은 아직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퇴근길 지하철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나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 안에서 하는 생각치고는 뜬금없지만, 나의 결점을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고 좋아하게 되면, 역시 타인에게도 너그러움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 타인을 향한 배려도 나에 대한 다정함과 여유로부터 비롯됨을 이젠 아니까.
얼른 말처럼 달리고 싶어. KTX를 타고 본가에 내려가는 길, 답답한 마음에 이 생각을 하는데 우연히 창 밖으로 밤하늘에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폭죽을 기차에서 오래도록 보고 있으니, 너무 아름답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그런 날이 곧 올 테니 걱정 말라는 위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