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와 '그립다'의 차이

25년 5월 11일의 감정

by 하지

감정을 그냥 느끼고 있는 것은 내게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
종종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이해하기 위해
몇십 장의 감정카드를 샀다.

감정카드를 하나씩 넘기다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그럼 '오늘 내 기분은 이거였구나', 하고
나를 알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감정은 늘 폭풍우처럼 닥쳐와서,
이름이라도 붙여 분류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았다.

하루는 아무리 찾아봐도
지금 내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보이지 않아,
미친듯이 카드를 뒤졌다.

'외롭다', '그립다', '쓸쓸하다' 같은
유의어를 봐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찾는 단어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보고싶다'.


'그립다'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인지하고 있지만,
'보고싶다'는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빈 카드에 '보고싶다'를 적어서 넣어두었다.
종종 같은 순간이 오면,
지금 '보고싶구나' 라고 알 수 있었다.

오늘 같이 갔던 코인 세탁소에 들렀다.
함께 앉았던 벤치와 빵집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세탁소 냄새에
지난 기억이 훅 밀려왔다.

보고싶은 건지, 그리운 건지
한참 고민했다.

두 감정이 모두 섞여 있겠지만,
오늘 감정 카드를 하나 꼽는다면
'그립다'에 가까울 것 같았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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