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기란 왜 이리 어려운지

25년 9월 12일의 감정

by 하지


긴장하다, 허전하다.

한때 사주를 공부하며 인생의 계절만 생각했는데, 올해의 계절도 여름이 저물고 가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달려야 하고, 그러고 싶다. 그래서 정든 것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음먹은 것을 대면하고 이야기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망설임이 필요했다. 마침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나 따뜻한 반응에 놀랐다.

멘탈이 약하다고 자조하는 내게 그동안 많이 단단해졌다고, 너무 잘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응원도 해주셨다.

밖에선 잘 우는 법이 없지만, 배려해 주시는 애정 어린 말씀에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동안 느낀 감사함과 애정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데, 전달이 다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게 이야기하고 나니 이제 마음이 편해졌는지 물어보셨는데, 오전의 긴장했던 마음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후련하지도 않았다.

진로에 있어서의 큰 각오이자 변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일상을 두고 홀로 잘 견딜 수 있을지, 허전하고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특히 사람과 관계가 내게 이렇게나 중요한데, 모든 걸 그만두고 불확실한 결과에 올인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 잘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되고 흔들렸다.

자신이 없으니 자꾸만 애써 한 선택을 뒤돌아봤다. 맞는 선택이라는 건 없는데, 정답이 무엇일지 반추하게 된다. 애초에 채점을 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뒤돌아보지 않기란 왜 이리 어려운지.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고, 오늘은 오늘의 결정만 생각하자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그리고 앞으로 당면한 문제들이 무엇인지만 생각해 보았다.

언젠가 이곳에서의 2년 동안의 여름 같았던 순간들이 많이 그리워지겠지. 어느 날 뒷문을 열고 햇빛을 쬐면서,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든 적이 있다. 이곳에서의 남아 있는 시간들도, 끝이 있기에 더욱 소중하고 값지게 하루하루 보내고 싶다.

매일 후회 없는 선택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고민한다. 아마도 아예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란 없기에, 조금씩 내가 선택하고 감당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관련하여, "미완성의 반복을 위하여"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쓰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완성의 반복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완성해서, 작은 결과물을 하나씩 내보는 연습을 한다.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일단 해보는 삶의 태도를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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