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사셔야 돼요"

25년 6월 6일의 생각

by 하지


"즐겁게 사셔야 돼요."
툭하면 위장약을 처방받으러 가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종종 어떻게 살아야 즐겁게 사는 건지 여쭤보고 싶었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장이 자꾸 탈이 나는 걸 보니
내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 싶다.

나의 스트레스원 중 하나는
선택지 앞에서 양손에 후회를 하나씩 들고 고민할 때이다.

각각을 선택했을 때와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할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다 보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채로 이미 머리가 스트레스로 터져버릴 것 같다.

챗지피티의 도움을 빌려서 그 원인을 분석해 봤더니,
기저에 그 선택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깔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가 어찌 됐든
내가 나를 충분히 품어줄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까 나에 대한 믿음 그 자체였다.


나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옳은 선택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동시에,
선택의 결과를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며 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아무런 근거 없이도
나를 한 번 온전히 믿어보겠다는 최근의 다짐은 낯설면서도 귀하다.

여전히 그럴만한 이유 없이 나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지만,
나를 믿기로 하고 나니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기분도 든다.
익숙하지 않은 만큼 표현에는 서툴러도,
투박한 손으로 스스로를 쓰다듬어 줄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니 어제처럼 사건의 굴곡이나 감정의 파도가 있어도,
눈물을 그치고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상상하는 미래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온전히 믿는다.
그리고 그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직감이 든다.

처음으로 근거 없이
나를 완전히 믿어보기로 한 결정은 그래서 신기하다.
불안 대신 용기에 가까워진다.
손해보다 이점이 더 많다.
아주 재미있는 인생을 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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