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랑에 관하여

25년 9월 14일의 생각

by 하지


나는 어쩌면 사랑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된 방식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인 내게, 사랑은 언제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한때 좋아하는 미디어에 로맨스 장르가 끼어드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목표를 향해 추진력 있게 나아가다가, 사랑에 의해 방향이 틀어지고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눈에는 그들이 '약해 보였다'. 더 큰 성취의 기회를 앞두고 나의 영웅들이 사랑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에 실망했다.


비단 매체에서뿐만 아니라, 사랑은 삶의 목표로 눈빛이 빛나던 사람을 자꾸 길목에 멈추어 세우는 감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가족이든 연인 관계든, 사랑이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약점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그건 삶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만큼 일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도 사랑이 거창한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일 수도, 또는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불안정성에 위협을 느껴서일 수도 있겠다.


그러한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난 것은, 사람이 생각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생각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서만 살아가는 것 같지 않았다. 머리로 아는 옳고 그름과 감정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끝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만나보니, 사람을 움직이고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진실이나 논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도, 인간도, 감정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함보다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나의 생각은 또 달라질까. 어쩌면 사랑함으로써 더 강해지는 경험을 아직 해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인생을 내 기준의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들의 삶에서 사랑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해져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건 논리와 사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10대도 아닌데 종종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자꾸만 생각한다는 것은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어쩌면 그만큼 가장 알고 싶은 감정이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랑은 이해하기 전에 스며들어 있어서, 분석하려 들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정답이란 없고,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어떤 종류의 사랑에서도
나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하는 용기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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