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향해 제대로 화를 내야 하는가

25년 7월 16일의 생각

by 하지

나는 샹크스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롤모델까지는 아니지만, 만화 <원피스>를 보면서 등장인물 '샹크스'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생이랑 종종 <원피스>가 청소년기 우리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얘기를 나눴다. 성인이 되면서는 여성 캐릭터의 묘사 방식을 선호하지 않아서 자주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행본을 한 권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모아 왔을 정도로 좋아하는 만화이다.

'의리, 동료, 성장, 모험, 자유'처럼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배우며 자랐고, 힘든 시기에는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옛날에는 밀짚모자 일당이 좋았는데, 이제는 종종 단행본을 펼칠 때마다 샹크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직도 어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서른의 길목에서, 샹크스를 보며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본인이 능력이 있고 강해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모습. 강한 해적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다른 해적들과 달리, 산하 해적단을 약한 사람들로 구성해서 자기 이름 아래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것. 언제나 선을 잘 지키고, 전쟁보다는 평화를 주장하며, 주변으로부터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신뢰와 신망을 얻고 있는 것. 약자를 지킬 때에는 두려움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것. 자신의 사람과 인연을 소중히 대하며 적 또한 존중할 줄 알고,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유쾌한 모습.

무엇보다 닮고 싶었던 것은 강강약약의 태도였다. 살아보니 그러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서인 것 같다. 상황이 힘들 때, 가깝거나 편한 대상한테 감정을 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부끄러웠던 경험들이 있다.

또한,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부딪히기보다는 불합리한 상황을 참고 넘길 때가 있었다. 그러고 나면 그때 이런 말을 할걸, 내가 나 자신을 지키지 못했네, 하며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었다.


나는 강할 때 강하고, 약할 때 약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사람이고 싶다.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주인공 '캣니스'가 화살을 다른 서바이벌 참가자가 아닌 경기장의 핵심을 향해 쏴서 시스템을 붕괴시킨 장면을 기억한다. 내가 비판해야 할, 권리를 찾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싶다. 그냥 눈앞의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를 향해 제대로 화를 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경험과 공부, 사유를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다.

또 다른 닮고 싶은 샹크스의 모습은 동료를 아끼면서도, 자신을 향한 가벼운 조롱은 웃어넘길 수 있는 강함이다. 나는 억울하거나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욱하는 면이 있는데,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한 자기 비난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스스로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태도가 오히려 타인의 비난과 평가에 흔들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내면이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게 때로는 유쾌하고 여유롭게, 때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주장할 수 있을 만한 강함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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