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부수고 나갈 때에

25년 8월 26일의 감정

by 하지


하루동안 많은 감정이 다녀간 날이었다. 나는 정말 아침에는 깨어 있으면 안 되는 반아침형 인간인 것 같다.

오전에는 머리도 맑지 않고, 의사소통 오류로 짜증, 민망함, 후회스러움을 느낄 일이 있었다. 이번엔 내가 신중하지 못한 부분도 있던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특히 사회적, 공적 공간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데, 아직 그만큼 성숙하지 않아 타인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의 갑갑함은 여전히 숨기기가 힘들다. 그래도 오후부터는 먼저 조금씩 다가가며, 졸려서 몽롱하지만 평화로운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에어컨 때문인지 몸이 무거워서 잠깐 스트레칭을 하러 나갔다 왔는데,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들의 색깔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뭉뚱그려 초록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빛깔의 초록색이 겹겹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여름을 닮아 초록색을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이 났다. 너무 잔잔한 느낌에 평소에 초록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햇빛에 어느 때보다 생기를 머금은 초록색이 아름다워서 어설프게나마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잔잔하고 소소한 행복을 하나씩 챙겨봤다. 퇴근길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시원한 바람에 머리가 휘날릴 때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고민해야 할 선택이 있었지만, 아직 덜 닥쳐서인지 복잡한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배고프니 맛있는 걸 먹고, 바람이 좋으니 조금 둘러서 가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하니 가서 조금이라도 했다. 공부하는 동안 또 막막해져서 때려치우고 다른 길을 갈까 싶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거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앉았다. 공부를 하다 보니 집중이 안될 때도 있었지만, 몰입해서 할만할 때도 있었다.


날은 더워도 여름이 기울고 있는지,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밤이었는데, 서울 하늘에도 자세히 보니 별이 있었다. 이리저리 사람에 치이고 북적이는 서울이지만 계속 여기에 살고 싶은 마음은, 그만큼 많은 기회가 숨어 있다는 믿음 때문일 거다.


마지막으로 '아는 변호사'님의 진격의 거인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세계관이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 내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다른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그것을 시작할 용기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고 안전한 도전을 추구하는 내게, 내 안의 벽을 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아직은 그 벽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만 느껴지지만, 언젠가 그걸 깨부수고 나갈 때에,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나는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성장과 경험, 즐거움을 갈망한다. 평온한 삶에 감사하면서도 자꾸만 벽 밖을 바라보며 어떤 세상이 있을지 선망한다. 많고 작은 시도 끝에 내 안의 벽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면, 그걸 넘어설 용기를 한 번 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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