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긴 아깝잖아

by 김하은

프리랜서는 일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단순히 이렇게 정리하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일이 막 밀릴 때는 혼이 빠진다. 어린이청소년책은 그 책을 읽을 대상들이 학생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학기’와 학사 일정에 맞추어 출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가가 원고를 몇 달 전에 출판사에 보냈다 해도 갑자기 수정 요구가 올 수 있다. 심한 경우는 두세 개 원고가 겹치는데, ‘가’ 원고를 쓰고 있는데 ‘나’ 원고 수정이 오고 겨우 ‘나’를 보내고 한숨을 돌리면서 다시 ‘가’를 쓰려는데 ‘다’ 원고의 최종본이 온다. 그러면 머릿속에 ‘가’와 ‘나’, ‘다’가 막 섞여서 왔다갔다 한다. 특히 나처럼 창작동화, 지식정보동화, 청소년소설을 모두 쓰는 작가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면 머리에 쥐가 내린다.

동화와 청소년소설은 읽는 대상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갈등과 해결 방법, 들여다보아야 하는 내면도 약간 다르다. 그래서 둘이 섞이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렇게 정신이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 해도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내 식탁에 앉는 사람은 기본이 네 명이다. 이제는 네 명이 모두 성인이라 다행이지만, 두 명이 청소녀와 청소년일 때는 거의 내가 끼니를 만들어야 했다. 출근하는 반려와 출근하지 않는 나 사이에서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입이 궁금하다는 말을 내게 했다. 그러면 일하다말고 간식을 만들거나 밥을 했다.

“왜 나만 이래야 해? 나 진짜 바빠!”

어느날 나는 바쁜 일 때문에 종종거리다가 밥을 하는 상황에 짜증이 났다. ‘퇴근’을 할 수 없는 날이 이어지면 누구라도 그러겠지만, 프리랜서에게 퇴근이란 오늘 할 일을 제대로 마쳤을 때 가능하다. 오늘 해야 할 분량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신경이 바짝 곤두서서 예민의 극치를 달리게 된다. 그래서 끼니를 효율적으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리 가족은 국이나 찌개를 좋아한다. 그러니 주식은 거의 밥으로 해결한다. 거기에 면도 사랑한다. 나물과 김치, 생선을 좋아하고 가끔 소시지를 먹는다. 국과 찌개 국물은 멸치와 디포리를 써서 만들고, 대파와 양파를 많이 쓴다. 식초와 간장 등 중요한 양념은 생협 것을 쓰는데, 특히 한살림에서 나오는 ‘맛간장’을 자주 쓴다. 식초는 생협에서 산 감식초, 현미식초, 포도식초를 번갈아 쓰고, 가끔 선물 받거나 싸게 산 공업용 식초는 청소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 가족이 모두 식탁에 앉을 때는 저녁 시간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난 뒤 곧바로 찌개나 국을 끓인다. 그리고 쌀도 미리 씻어서 불린다. 저녁 식사 전에 40분 미리 부엌으로 들어가서 밥을 하고, 찌개를 데우고, 그 사이 나물을 하고, 생선을 굽는다.

점심은 주로 나 혼자 먹을 때는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요즘은 원격 수업이 주로 이루어져서 밥상을 차릴 일이 더 늘어났다. 둘째와 같이 점심을 먹는다. 첫째는 그야말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후다닥 나간다.

아침은 각자 먹는 방법이 다르다. 나는 삶은 달걀 2개와 사과 반 개를 먹고 다른 가족들은 그때그때 알아서 먹는다.


여기서, 가족들이 그때그때 알아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먼저 냉장고를 정리해서 재료와 음식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냉장칸 두 번째 선반에는 잼과 치즈, 세 번째 선반에는 반찬통, 네 번째 선반에는 장아찌와 김치가 놓여 있다. 그리고 냉동실 에는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 생선, 닭고기, 돼지고기, 멸치, 견과류, 고춧가루 등이 각자 위치에 놓여 있다.

내가 바쁠 때, 가족들은 냉장고를 뒤져 간단한 음식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저녁 밥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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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실 채소칸에 콩나물이 좀 남았어. 혹시 야식으로 라면 먹을 사람은 그걸 썼으면 해.”

“스파게티 소스를 샀는데 유통기한 내에 먹어야 해.”

“청양고추 있어요?”

“슬라이스 치즈 떨어졌던데.”

“삶은 달걀, 먹어도 돼요?”

이런 이야기가 오고간다. 가족들은 냉장고 재고를 잘 파악하고 있다. 자신이 먹을 음식을 스스로 만들면서 청소녀와 청소년은 성인이 되었다.


만약 당신이 프리랜서라면, 불규칙한 일을 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냉장고를 잘 돌보는 게 중요하다. 유통기한이 넘어간 음식들을 냉장고에 두지 말고 제때 다 먹어치울 수 있도록 가족들과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이런 정보는 나만 알면 아깝다. 나만 알았다가, 바쁜 일정에 쫓겨 재료와 음식이 상하는 불상사를 겪으면 안 되잖나. 그것도 다 돈인데. 불안정한 일들을 헤쳐나가면서 번, 소중한 노동으로 산 것들을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 또 다음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나만 알면 아까운 냉장고 정보, 부디 가족들과 널리 공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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