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값이 많이 올랐다. 그래서인지 예전 같았으면 헐값에 팔렸을 ‘흠과’도 꽤 값을 쳐야 살 수 있다. 살짝 흠이 가거나 부딪혀서 멍든 사과들을 ‘흠과’라고 부르는데, 온전한 모양을 갖춘 것보다 가격이 낮아서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날이 쌀쌀해지면 사과와 귤이 비타민 C 보충에 최고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라고 불린다. 식이섬유가 많고, 아삭하면서 부드러운 과육이 입안에서 씹힐 때 잠들었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아이들과 배낭여행을 간 적 있다. 그때 40일간 유럽을 돌아다녔는데, 하필 환율이 가장 높을 때여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돌아다녔다. 그런데 마트에서 세 가지를 꼭 샀다. 오이, 사과, 달걀이었다. 배낭에 있는 고추장 튜브를 쭉 짜서 오이와 함께 먹었고, 달걀은 포트에 삶아서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을 먹을 수 없는 숙소에서는 포트를 대여할 수 있었고, 사용 후에는 깨끗이 씻어서 반납했다.
그때 먹은 사과는 내가 어릴 때 먹었던 사과와 맛이 비슷했다.
신맛이 강하고, 단단하고 크기가 작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먹는 사과는 모양이 크고 신맛보다 단맛이 더 강하고 덜 단단하게 변했다.
“여기 사과가 우리 사과보다 맛있네.”
“옛날 사과랑 비슷해.”
여행 중에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이 필요했다. 특히 식이섬유도 꼭 필요했고.
요즘도 우리는 사과를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다. 심을 깎아내고, 껍질부터 속까지 먹다보면 사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사과를 자주 먹기 때문에 한 번 살 때 상자로 구입한다. 그런데 사과 상자에 든 사과를 끝까지 먹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우리 식구는 네 명이지만, 한 명은 사과를 잘 안 먹기 때문에 셋이서 사과 한 상자를 비워야 한다. 처음에는 방법을 잘 몰라서 썩히기도 했고, 물러서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잼을 만들거나 애플 파이를 만들기도 했다. 사과 정과를 만들어서 떡 위에 장식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열을 가한 사과보다 생으로 먹는 사과를 더 좋아한다. 쥬스로 만든 사과 음료도 좋아하지만, 이걸 짜내고 남은 과육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에 첨가한 당분은 얼마일까 이런 고민을 하느라 사놓고 먹지는 못한다. 과일 쥬스는 보존을 위해 당분을 첨가하고, 그 당분과 과즙이 순식간에 몸에 흡수된다. 체력을 빨리 끌어올리기엔 좋지만, 단 맛이 강해서 썩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은 사과 한 상자를 다 먹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다.
먼저, 비닐봉지를 준비해서 그곳에 사과를 서너 개씩 담고 슬쩍 묶는다. 그리고 표면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두세 개 뚫는다. 마치 사과를 포리백에 담아 파는 경우에 동그란 펀치 구멍이 있는 것처럼, 숨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런 다음 사과를 냉장고 채소칸이나 시원한 베란다에 둔다. 냉장고에 둔 봉지를 하나씩 비우면 베란다에 둔 봉지를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사과를 오래 먹을 수 있다. 나는 한 번 쓴 비닐봉지를 모아두었다가 계속 쓴다.
하지만 영 맛이 없는 사과를 만나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정말 사과잼을 만들거나 혹은 샐러드를 해서 먹는다. 아주 싼 값에 산 사과가 진짜 맛이 없어서 샐러드로 만들었다.
사진에 있는 샐러드는 작은 사과 한 개를 썼다. 마요네즈 두 큰술 반과 청귤청 한 큰술을 섞어서 소스로 만들었고, 납작하게 썬 사과에 크랜베리, 호두,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넣었다. 호두와 크랜베리는 맛을 위한 용도도 있지만, 사과 샐러드는 수분이 나와서 소스를 묽어지게 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치즈는 있어서 넣었다. 보통은 안 넣는다.
사과 한 상자를 거의 다 먹어간다. 예전에는 네 상자 정도 먹으면 겨울이 지나간다. 올 겨울에는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더 빨리 없어진다. 그러니 사과를 사면, 꼭 다 먹자. 요즘처럼 비쌀 때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