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낯선 것을 내 것으로

by 김하은


어린이청소년책은 자고 일어나면 신간이 쏟아진다. 신간의 폭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포부터 시작해서 우주까지, 선사시대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 동네와 전세계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은 삶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 듯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삶을 살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먼지를 주워 먹는 아기가 물리학자로 자랄 수도 있고, 밥투정이 심했던 아이가 절대 미각을 지닌 요리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조금씩 덜어서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 잘못된 정보나 인식을 활자로 남기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여러 번 검토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출간 이후에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한식, 우주를 담은 밥상』을 출간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편집자가 연락을 해 왔다.

“작가님, 독자가 이메일을 보냈는데 ○○쪽에 있는 곡물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은 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장 뒤에 있는 그림에도 그 곡물이 그려져 있대요. 어떻게 할까요?”

“그래요? 그 독자가 누구신데요?”

“저희도 그게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그냥 일반 독자라고만 하시더라고요.”

검토에 검토를 마쳤어도 내가 찾아낼 수 없는 한계를 알아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나는 재빨리 그 사항을 찾아보고 내 실수가 분명할 경우에는 곧바로 수정할 방법을 찾는다. 다음 쇄를 찍을 때 수정하는 방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나는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걸러내지 못한 실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어야 나 또한 더 조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실수를 찾아내어 알려주는 사람이 가장 반갑고 고맙다. 어쨌든 내 글을 읽어준 사람이고, 실수가 보일 정도로 공부가 깊은 사람의 말이라면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 글도 더 나아갈 수 있다.

어린이책과 청소년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알고 있어야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도 늘어난다.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다 쓴 뒤에야 이미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내겐 정말 중요한 이야기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나는 즐겁게 작업한다. 내 속에서 꿈틀대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온전한 이야기로 만드는 일은 언제나 짜릿하다. 마치 새롭고 낯선 재료로 요리를 할 때와 비슷하다.

포두부라는 재료를 접했을 때 신기해서 꽤 여러 장을 샀다. 그리고 드디어 포장을 뜯었다. 그런데 나는 이를 도마에 놓고 한참 고민했다. 두부를 넓고 얇게 만든 이 재료는 밀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이 먹는다고 했다. 마라샹궈에 들어 있던 걸 먹긴 했지만, 내 식탁에 그 재료를 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활용해서 비빔면처럼 만들었다.

포두부 면.jpg

얇은 면발처럼 자른 포두부는 데쳐도 물기를 많이 머금지 못해서 뻣뻣했다. 밀가루가 갖고 있는 쫄깃함과 탄력 대신 콩이 지닌 고소함이 더 강했다. 첫맛은 기름기 없는 유부 같았고, 뒷맛은 고소했다.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가족들은 끓는 국물에 들어가거나 모양을 달리해서 샐러드에 넣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포두부비빔1.jpg

포두부가 떨어질 때까지 쌈을 싸고, 샐러드에 쓰고, 칼국수처럼 끓여보는 등 온갖 레시피를 총동원해보려 한다. 그러다 잘 어울리는 레시피를 찾게 될 것이다.

포두부비빔2.jpg


새로운 재료가 나타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보자. 그러다 실수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포두부가 있으니 다른 요리로 도전할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또 다른 포두부를 떠올리며 다시 도전!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원비 대신 여행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