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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다시 혼자 걷는 길

Vigo까지 25km

by 고군분투 삼십대

캐럴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다고 했으니, 오늘은 오래간만에 혼자 걷는 날이다.

요 며칠 계속 누군가와 함께 걷다 혼자 걷는다고 하니, 살짝 설레기까지 하다.


길지 않은 25km이기에 6시쯤 일어나 6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어제 모자를 선물해 준 스페인 아저씨도 갈 준비를 마치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계신다.


"올라!" 인사를 건네고 같이 걷는 듯 따로 걷는 듯 걷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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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니 선착장에 배들이 둥둥 떠있다.

해가 뜨려는 지 하늘이 점점 노랗게 변해간다.


좀 더 걷다 보니 해가 고개를 불쑥 들었다.

그야말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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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o로 향하는 길에는 카메라를 들고 걸었다.

짧은 거리, 혼자 걷기는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환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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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비친 마을의 풍경도 보고, 순례자의 표시인 표주박 물통이 걸린 이정표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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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성한 Vigo, 스페인 최대의 어류 항구이자 상공업의 중심지답게

순례자의 복장이 민망해지리 만큼 여행객보단 직장인이 많다.


대중교통을 타고 온 캐럴과 만나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마을보단 도시 느낌의 Vigo에선 오히려 할 게 없었다.

벽에는 무자비한 그라피티가, 거리엔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이런 날 빨래도 하고 푹 쉬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세탁소에 가서 빨래를 했다.

나온 김에 마트에서 샐러드와 빵을 사서 지갑을 달래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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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느꼈지만 나는 도시보단 시골을 좋아하는 거 같다.

화려한 도시 풍경이 오히려 삭막하게 느껴진달까


얼른 Vigo를 벗어나 조용하고 작은 마을로 가고 싶다.


내일부턴 다시 캐럴과 함께 걷는다. 하루 떨어져서 걸으니 둘 다 리프레시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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