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o까지 25km
캐럴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다고 했으니, 오늘은 오래간만에 혼자 걷는 날이다.
요 며칠 계속 누군가와 함께 걷다 혼자 걷는다고 하니, 살짝 설레기까지 하다.
길지 않은 25km이기에 6시쯤 일어나 6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어제 모자를 선물해 준 스페인 아저씨도 갈 준비를 마치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계신다.
"올라!" 인사를 건네고 같이 걷는 듯 따로 걷는 듯 걷기를 시작했다.
마을을 벗어나니 선착장에 배들이 둥둥 떠있다.
해가 뜨려는 지 하늘이 점점 노랗게 변해간다.
좀 더 걷다 보니 해가 고개를 불쑥 들었다.
그야말로 절경이다.
Vigo로 향하는 길에는 카메라를 들고 걸었다.
짧은 거리, 혼자 걷기는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환경이니까
물가에 비친 마을의 풍경도 보고, 순례자의 표시인 표주박 물통이 걸린 이정표도 만났다.
드디어 입성한 Vigo, 스페인 최대의 어류 항구이자 상공업의 중심지답게
순례자의 복장이 민망해지리 만큼 여행객보단 직장인이 많다.
대중교통을 타고 온 캐럴과 만나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마을보단 도시 느낌의 Vigo에선 오히려 할 게 없었다.
벽에는 무자비한 그라피티가, 거리엔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이런 날 빨래도 하고 푹 쉬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세탁소에 가서 빨래를 했다.
나온 김에 마트에서 샐러드와 빵을 사서 지갑을 달래주는 센스
예전부터 느꼈지만 나는 도시보단 시골을 좋아하는 거 같다.
화려한 도시 풍경이 오히려 삭막하게 느껴진달까
얼른 Vigo를 벗어나 조용하고 작은 마을로 가고 싶다.
내일부턴 다시 캐럴과 함께 걷는다. 하루 떨어져서 걸으니 둘 다 리프레시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