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tevedra까지 21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Pontevedra까지 21km를 걷는 여정
이제 4~5일만 더 걸으면 길었던 순례길도 끝이 난다.
어쩐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아침 일찍 나와 문 연 카페로 향한다.
이제는 당연하게 마시는 모닝커피, 오늘은 달달하게 뻉오쇼콜라
혈당스파이크는 잊고 맛있게 즐겼다.
순례길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척이나 그리워질 이 날을
기억 깊은 곳에 고이 접어 놓아야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풍경 하나하나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도로 옆을 걷다 보니 하늘에서 노란 열매가 툭 하고 떨어진다.
그제야 바닥을 보니 노란 열매들이 떨어져 바닥에 곤죽이 되었다.
열매가 떨어진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자두나무이다.
탐스런 과실이 가득 달려있고 나무 주인아저씨는 연신 가지를 흔들어 열매를 떨어트린다.
맛이 좋으니 한번 먹어보라는 시늉을 하시길래
목도 말랐던 지라 한입 와앙 베어 물었다.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하고 시원한 과즙이 목을 적신다.
그간 오렌지도 먹고, 납작 복숭아도 먹었지만 이 자두가 순례길에서 먹었던 최고의 과일로 등극했다.
떨어진 자두 두어 개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순례길의 매력이다.
까미노 표식을 보며 걷다 보니, 마을 초입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기엔 늦은 시간이라, 가볍게 추로스와 핫초코
핫초코는 달달하지 않고 녹진한 초콜릿 녹인 맛
추로스를 찍어 먹으니 요기하기 딱이다.
평일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카페는 마을 주민들로 가득이다.
테이크 아웃밖에 할 수 없는 한국에서의 짧은 점심시간이 야속해진다.
많은 나라를 가본 건 아니지만, 여유롭고 chil 한 유럽의 점심 문화가 부러워지는 순간
맛있었던 간식을 뒤로하고 알베르게를 찾아 들어왔다.
유독 사람이 많은 느낌이다.
겨우 자리를 배정받고, 씻고 쉬고 있는데 앳된 얼굴의 동양인 여자분을 보았다.
가서 인사를 건네니, 한국인!
게다가 사는 곳도 같다.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알바로 모은 돈을 가지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왔다는
튼튼한 몸과 정신을 가진 친구였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 좋으련만 피곤해서 쉬겠다고 해서
캐럴과 둘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그간 샐러드로 지갑을 달래줬으니, 오늘은 고기 좀 썰어야겠다!
언제 이렇게 맛있는 와인을 이런 가격에 먹어보겠는가
오늘은 글라스가 아닌 보틀로 주문했다.
기분 좋은 바람은 솔솔바람에 날리는 향기로운 샴푸 냄새
맛있는 음식과 와인
순례길에서 손꼽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 걱정은 뒤로 한채 눈이 속절없이 감긴다.
내일 비가 오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