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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비 오는 순례길도 낭만 있다.

Caldas de reis까지 21Km

by 고군분투 삼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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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문을 여니 역시 날씨가 우중충하다.

그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우비를 가방 윗 주머니로 옮겨 놓았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비올 걸 대비해 데카트론에서 구매한 우비, 한 번도 못쓰면 아쉬웠을 텐데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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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해를 가려준 탓에 걷기는 한결 수월하다.

톡톡 떨어지는 비는 울창한 나무가 막아주니,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숲을 벗어나니, 빗방울이 점점 두꺼워진다.


배낭에 레인 커버를 씌우고, 우비를 챙겨 입었다.

단디 준비하고 몇 발자국 떼니 하늘이 다시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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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비 오는 순례길을 느껴보려 했건만, 아쉽게도 아무래도 둘 중 누군가가 날씨의 요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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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Km, 점점 다가오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길을 다 완주하고 나면 이제 무얼 해야 하지

다시금 걱정이 고개를 빼꼼 든다.


일단 끝까지 가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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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고향(?) 친구 수연 씨와 캐럴과 함께하는 간단한 점심

문 연 카페가 없어 아침을 건너뛰었기 때문일까?

15Km 걷고 먹는 점심이라 그런 걸까?

별거 안 든 샌드위치지만 꿀맛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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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물놀이할 거 같은 강가를 지나 레몬색 건물이 반겨주는 마을에 도착했다.

꽤나 신식 알베르게에서 순례자 루틴을 마무리하고, 마을 정보를 찾아보니

온천수가 나오는 인공 연못이 있다고 한다.

지친 순례자 셋은 누구 할 거 없이 연못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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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리 모양대로 타버린 발

20여 일 간 고생이 많았다.

물집 하나 없이 450Km를 걸어줘서 고마운 마음뿐


남편 왈 "행군할 때 물집 안 생긴 논산 출신 훈련병이 있었는데.. 너도 논산 사람이고"

엄마, 아빠 논산에서 낳아줘서 고마워요!


새로 만난 동행인 수연 씨와 대화하다 보니, 캐럴과 나 수연 씨 셋이 공통점이 참 많다.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찰과 고찰을 통한 도전, 그리고 성장

이 한 문장이 순례자를 대변해 준다.


조금은 늦었지만, 이렇게 셋이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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