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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Pardon 페스티벌

Pardon까지 19km

by 고군분투 삼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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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Pardon이라는 도시까지 19km를 걷는 일정이다.

Pardon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이면 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한다.


캐럴과 수연씨, 무려 2명과 같이 걷는다. 처음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는 쭉 혼자 걸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시각을 공유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셋이 함께 걸으며 완주 후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나는 바르셀로나를 수연씨는 스페인 주요 도시들(그라나다, 세비야 등), 캐럴은 산티아고 관광 후 귀국 예정이다.

다들 산티아고 있는 기간이 겹쳐 에어비앤비를 구해 지내기로 했다.

바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부담스러웠는데, 산티아고에서 지내며 놀멍쉬멍해야겠다.


그러던 중 에어비앤비에 초대할 식구가 더 늘었다.

오며 가며 자주 마주쳐 안면이 있던 독일인 가족(엄마와 두 아들)

초등학교생 아들 둘을 데리고 순례길에 올랐다는 대단한 독일 엄마였다.


에어비앤비에 방이 많아 같이 지내자 제안하니,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이로서 산티아고 에어비앤비 멤버 6명이 모두 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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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었을까, 무인 과일 자판대를 발견했다.

예쁘게 장식된 가랜더와 푸르른 나무

그 아래 형형 색깔의 과일들

모두 맛있어 보였으나 순례길에서 가방이 무거워지는 건 사치이기 때문에 오렌지 하나만 구입했다.

가격도 매우 저렴했던 걸로 기억한다.


땅도 짚고, 나무도 짚고 손이 더럽지만 그 자리에서 오렌지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입으로 쏙


예전 같았으면 항균 티슈로 손을 박박 닦은 뒤 먹었을 테지만, 순례길에서 위생에 대한 강박이 많이 사라졌다.


햇볕에 노출되어 있어 시원하진 않았지만 역시 스페인 오렌지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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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남았다.

슬슬 이 길의 끝이 보이는 거 같아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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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마을에 진입했다.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걸음에 여유가 생긴다.

얼른 완주하고 싶다가도 이 길을 조금 더 느끼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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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도착하니 축제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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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로스도 먹고, 빠에야도 먹고, 립과 소시지까지

음식의 맛은 우리나라 축제 음식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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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가려 하니, 스페인 아저씨 3명이 우릴 불러 세웠다.

동네에서 생산하는 와인인데, 먹어보라 건네신다.

우리나라 막걸리잔 같은 컵에 와인을 가득 채워 주셨다.


수연 씨와 캐럴은 술을 잘 못하기에 흑기녀를 자처해 꼴깍꼴깍 마셨다.

포도향이 진하고 드라이한 보랏빛깔의 레드와인

평소에도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터라 맛있게 한 잔 비웠다.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스페인의 문화를 알리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나라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에게 이렇게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이런 페스티벌을 만난 것도 운이 좋았는데, 특별한 이벤트까지..

산티아고 끝물에 행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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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 넘게 페스티벌을 즐기고, 남은 거리를 계산해 보니 8km

길을 따라 걷다 우리 목적지까지 버스가 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한 와인을 마셔서일까, 아님 순례길 끝무렵이라 마음이 나태 진 걸까

셋 다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순례길 완주를 하루 앞둔 오늘

누구라고 할 거 없이 버스 정류장 앞에 섰고, 대중교통의 힘을 빌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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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완주를 하루 앞둔 오늘, 미리 완주를 축하하듯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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