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그 후
2023년 여름에 다녀왔던 산티아고 순례길 기행문을 거의 2년 가까이 연재했네요.
누군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오니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힘들었는데, 괜찮았어"라고 답변합니다.
그 속에서 느낀 희로애락, 그리고 생각의 변화를 한꺼번에 말하기는 왠지 버겁더라고요.
버거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자 시작했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욱 즐겁게 썼습니다.
글에서도 얘기했듯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배운 건
나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입니다.
단연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무얼 하나고요?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가족을 돌보며 돈을 벌기엔 공무원이 제격이라 생각거든요.
중간에 연재를 멈추고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습니다.
아파트 독서실에 1등으로 입실했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더 이상의 방황이 없아야 가정이 평온해진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다행히 최선의 노력과 운이 더해져 합격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멋져보이는 선택이 아닌 나에게 필요한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깨달음의 결실입니다.
순례길에 다녀온 뒤로 꿈같은 미래를 상상하는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세계여행, 해외 게스트하우스 운영 같은 특별해 보이는 미래를 꿈꿨거든요
지금은 한국에서 남편과 오순도순 잘 살아가는 게 1순위 목표가 되었어요.
드디어 남편과 생각의 방향이 같아졌네요.
더불어 고양이와 남편, 그리고 이 행복을 나눌 남편을 닮은 아이가 생겼으면 했습니다.
그 결과 남편 미니미로 자랄 아기가 찾아왔답니다.
배 속의 아기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만 찾는 게 참 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남들은 당연하게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저는 이런 일상이 싫었어요.
그래서 현재에 많은 불평을 하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 일상이 행복하다는 걸 온전히 알고 있습니다.
횡설수설, 푸념만 가득했던 산티아고 순례길 기행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에도 행복이 깃들길 바랍니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