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우울한 이유
자발적 고립은 외통수.
시간이 지날수록 보통은 연봉이 상승한다. 그 해에 회사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만큼 더 뛰어오른다. 그런데 왜 우울해질까. 더 받는 만큼 비례하게 기뻐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그런가 보다 싶다. 하지만 더 적게 받으면 화가 나기는 한다.
근속연수가 늘수록 업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양을 소화해내려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내가 뺏긴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보답이 더 적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우울해지는 이유는 뺏긴 시간에 있다. 내가 존경한 선배들은 회사와 집 외에는 그다지 활동하지 않았다. 가족과 직장 외에는 별 관심 없었다. 왠지 모르게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무서운 건 나도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냥 나이가 들면 그런 게 당연한가 보다 생각했다.
연봉은 오르는데 왜 나는 우울해졌을까. 그 답은 나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가족을 만날 때, 직장동료를 만날 때, 친구를 만날 때, 선후배를 만날 때 나는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내 속에 다양한 자아들이 건강하게 균형을 가지고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나는 집과 회사에서의 모습만 남아 가고 있었다.
심리학에서 이런 얘기가 있다. 하나의 욕구를 억누르면 다른 욕구가 튀어나온다. 하나의 자아가 강해지면 다른 자아가 불만을 품어 이상행동을 한다. 이게 혹시 이런 게 아닐까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예전에 최면 상담을 받았던 상담사분의 영상 중에 이걸 증명한 사례를 소개한 바 있었다.
내면의 다양한 자아를 증명하고 노벨상을 받은 사례인데, 간질병 환자의 뇌교를 자르고 그 환자를 관찰한 실험이다. 환자는 평상시 생활은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희한한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 바로 환자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하나의 사람이 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행동을 할 때, 당연히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 안의 여러 자아가 서로 대화하고 합의한 후에 하나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순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과 살찌기 두려워서 참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 때 말이다. 그건 실제로 모두 내가 해낸 생각이다. 결국엔 하나의 생각이 이길 테고 그 생각대로 행동하게 된다. 기브 앤 테이크 법칙처럼 이 의견들이 조율되고 밸런스를 이루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하나가 독점할 때 발생한다.
다른 자아를 억제하고 나는 이래야만 해!라는 자아가 독점하는 순간, 나는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자아는 독점한 자아가 움직일 때 쓰는 에너지를 제공하느라 무기력하고 지루하다. 우리가 고립된 생활을 할수록 이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자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친구도 만나고 취미활동도 하고 바보 같은 짓도 하고 하면서 내 속의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이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우울하다면 친구한테 전화를 걸거나, 정 연락할 곳이 없다면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라도 건네보자. 평소에 없던 낯선 힘이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다른 행동을 제한하고 작은 우리에 가둬두려고 하는 집단과 사람이 있다면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집단에는 소시오패스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가스 라이팅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으니 가볍게 공부하고 자신이 속한 그룹에 그런 류의 사람이 있다는 기미가 보이면 피하자. 우리는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자유롭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