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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Feb 26. 2021

최면 상담으로 찾은 퇴사 이유

내 삶의 우선순위를 찾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펑펑 울었던 날이었다.

상담사분은 내 손등에 손을 포개어 올리고는 그저 기다려주시기만 했다.


'아이고,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 그래.'


 내 감정을 돌보지 않고 살았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 시간이었다. 왜 나는 내게 친절하지 못했던가. 그동안 내게 너무 미안했다. 나를 돌볼 수 있어야 남을 안을 수 있는 법. 이제 나에 대해 이해하고 나부터 보살피고자 했다.




 작년 2월에 우연히 최면 상담 영상을 접했다. 상담사분은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를 다니던 공대생이셨다. 그분은 논문과 서적을 통해 심리에 관한 해석과학적으로 설명해주셨다. 는 불신이 가득한 의심쟁이인데 분의 논리적인 설명나의 의심은 말끔히 해결되었고 서둘러 상담예약을 했다.

 

 '언젠가 한번 꼭 해보고 싶었는데! 재미 삼아 한번 받아볼까!'


 그런데 이미 예약이 9개월이나 료된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지만 정신없이 회사의 중노동을 하다 보니 그 긴 시간도 지나가 있었다. 2020년 11월,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시간은 2시간이었고, 비용은 20만 원이었다. 메마른 내 눈물을 이만큼이나 뽑아주신 만큼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한번 더 예약을 요청했지만 내년 5월 이후까지 예약 완료가 되어 포기했다...


 어쨌든 나의 최면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상담사분께 최근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최면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는데 어느새 눈을 감고 실실 웃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그 사실조차 의식하지 말고, 무의식적으로 즉흥적으로 답변할 것을 지시하셨다. 나는 상담사분의 말에만 집중했고 다른 생각과 의식 따라가지 않았다.


 회사 앞 카페에 있는 별이라는 골든 레트리버 강아지가 있다. 이 강아지가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안내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서 문을 열고 나오니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살쯤 된 철없는 내 모습을 볼 때는 살짝 미소와 함께 이유 없는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슬픈 느낌보다는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을 봤을 때의 반가 같았다. 문제는 미래의 나를 마주쳤을 때였다.


 미래의 나로 향했을 때는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커다란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기대어 있었고 나의 아내가 내 왼편에서 내 목에 팔을 휘감고 안겨 있었다. 과거의 얼굴은 또렷이 보였는데 미래의 내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다. 상담사분은 이제 현재의 내가 문을 열고 나와서 미래의 나에게 걸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를 배웅해주라고 했다.  

 

 그때부터였다. 출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현재와 미래의 내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뿐인데 너무 슬펐다. 무의식에 의존한 채 펑펑 울었다. 눈물이 조금 잦아들 때쯤 상담사분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 조언을 부탁했다.


 '미래의 내가 힘들어하는 현재의 내게 조언을 좀 해주세요.'


 미래의 나는 그럴듯한 조언은 주지 못했다.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고만 반복했다. 현재의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잘 버텨줘서 미래의 내가 너무 편하게 잘 살고 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힘이 생기고 치유되는 이 기분은 뭐지...


 이성이 지배적이었을 때 나는 눈물을 흘리는 것을 죄악시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 감정적으로 힘들었고 지쳐있었으며 슬펐었다. 감정이 나를 지배하게 잠시 두었더니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폭발했던 것 같다.


 '아, 나 정말 힘들었었구나. 더 이상 그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않았지만 나의 감정들을 돌아보고 이해해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더 나를 알고 싶었지만 내게 주어진 상담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무의식조차 조급해다.


 상담사분은 가까운 미래에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내 안내했다. 그때의 내 표정을 관찰해보라 하셨다. 더 깔끔하고 멋진 곳에서 혼자 실험하는 모습이었고, 표정은 현재와 다르지 않았다. 담사분은 잘 이해했다는 듯이 손을 쓰다듬어주었다.


 이어서 상담사분은 각각의 시간대에 살고 있는 나를 현재의 내가 찾아가 서로 안아주게 했다. 여러 시간대의 나를 하나로 합치도록 했다. 그리고 나갔던 문으로 다시 들어왔다. 눈을 뜨고 잠시 멍한 시간을 보냈다. 이어 최면 상담 종료되었다.


 상담사분은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 의견을 주셨다. 가장 높은 순위의 가치관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개발 업무가 적성도 맞고 그것이 가장 원하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일'에서 찾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평소 모호했던 나의 가치관에 대해 이렇게 길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아 기뻤다. 가족이 내 1순위였다는 사실 내가 원하는 일이 연구개발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도 좋았다.


 엇보다 들고 지쳤던 나를 발견한 것이 가장 다행이었다. 내 감정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는 걸 잊지 않을 것이다. 힘들면 꼭 휴식을 주고 평소에 무리하지 않을 예정이다. 필요 없는 걱정도 나를 지치게 하니까, 너무 고민의 순간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오롯이 내게만 집중할 수 있다면 이 외 어떤 방법이라도 시도해볼 것이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을 찾고, 그것을 고치거나 멀리하는 법을 찾아 나와 같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줄 예정이다.


 지금 너무 지친 사람들에게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이해하려는 시간을 꼭 가져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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