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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Jul 15. 2021

왜 회사를 떠나야 했을까 -3

과장 차장 부장급 연구원 편


연봉보다는 안정,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경쟁


 과장급 이상부터는 여유로운 삶이 가능할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이 돈을 최대한 오래 받고 다니고 싶은 게 직장인의 바람이다. 그런데 이때부터는 인사평가를 신경 써야 한다. 이유는 인사고과에 따라 연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과의 경쟁, 심지어 같은 팀의 동료와도 경쟁해야 한다.

 근속연수가 누적된 만큼 주변 동료와의 돈독함도 따라서 커진다. 그런데 돈이 걸린 일이면 상황이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원치 않지만 여기저기 감정이 상하게 된다. 불편한 일과가 예상되면 출근을 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모두가 윈윈 하는 이상적인 직장생활은 정녕 없는 것인가.



관리업무보다 실험이 재미있다.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은 직접 실험할 시간이 없다. 거의 매일 회의가 있다. 회의를 위한 발표자료를 작성하느라 모든 일과시간을 반납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험은 사원, 대리급 연구원에게 맡기게 된다. 간부사원은 그 실험 데이터들을 모아 취합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취합하고 보고서 쓰는 게 뭐가 힘드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막상 해보면 무척이나 답답하고 지치는 일이다. 일단 취합이라는 건 여러 사람의 정보를 모으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된다. 각자의 문체로 적어 보내다 보니 그것을 이해하고 다듬는 일이 꽤나 큰 일이다.

 게다가 비전공자인 리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언어로 풀어써야 하는 미션이 있다. 그런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소중한 시간만 허비한다. 중요한 정보를 요약하고 논리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술은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된다. 하루 종일 PC만 작성하다 보면 굳이 연구직으로 들어왔나 싶어 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라인이 그어진다.


 조직은 리더와 조직원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특성상 일의 처리는 시스템 적으로 해결된다. 그 시스템 내에서 리더는 일부 조직원에게 이성과 감정이 치우치게 된다. 외부 사람 중 일부는 그것을 이용해서 편을 가른다.

 대부분은 그런 것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냥 조직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행할 뿐이다. 하지만 조직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 가장 큰 잘못을 한 사람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조직이 흔들리고 리더가 무너지면 유능했던 조직원들도 함께 무너진다. 능력 있고 일을 잘하던 조직원들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다. 떠나든 남든 어느 상황이 되어도 퇴사 욕구는 커지게 된다.



갈 곳 없고 갈 수 없는 현실


 직급이 높아질수록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리고 갈 수 없다. 이유는 지켜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직급의 선후배와 얘기를 나눠보면 주로 대출금 상환, 아이의 학교 문제, 거주지 커뮤니티 형성 등의 문제로 움직일 수 없다.

 '아내도, 아이도, 나도 너무 안정적이야. 그런데 내가 움직이면 이 안정이 무너져. 그래서 움직이질 못하겠어. 나만 참으면 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더 움직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 퇴사 생각이 슬금슬금 차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들을 다 이겨내고 20, 30년 근무한 선배들에게 존경이 절로 나온다. 과장, 차장, 부장은 외롭고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직급이 아닐까 싶다. 가정과 일만 생각하다가 남은 인생을 다 써버리지 말고, 나의 영역을 점차 넓혀서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서 이 기간을 잘 극복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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