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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고생했어 나 자신아

by 또피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다. 본가도 중학교 때 이후로 이사한 적이 없고 대학생 때는 기숙사, 학기 중에만 잠깐 자취를 하거나 사촌언니랑 같이 사는 식의 뷸규칙적인 주거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진짜 나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2021년 신림에서의 첫 자취방이다. 내가 2년 동안 살아야 할 곳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여러 개의 매물을 보고 결정하자 마음먹었는데 각오와는 다르게 처음 집을 보러 간 날 마주한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고 우리의 2년 관계가 시작이 되었다.

‘2년 후 계약이 끝났을 때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본격적인 첫 자취생활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돈도 없는 대학생이었지만 귀여운 용돈을 무기로 오늘의집을 하루에도 스무 번은 넘게 들락거리며 기분 좋은 소비 생활을 즐겼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오로지 나의 취향과 편리에 의해서만 꾸미는 일이 너무 즐거웠고 마음에 쏙 드는 집에서의 성공적인 시작으로 졸전도 취업도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좋은 기회로 종합광고대행사의 인턴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는 정말 운이 좋아’라고 생각하며 핑크빛 미래를 꿈꿨지만 딱 반대로, 내 인생 가장 힘들고 불안정한 시기가 펼쳐졌다.

인턴, 졸전, 외주를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때의 나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졸전은 중요하지 않지만 당시 학업과 회사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체력적,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야근하고 집 가서 과제하는 건 일상, 칼퇴를 해도 3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졸전을 준비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와중에 내 실력에는 과분한 일까지 시작해 졸지에 회사, 졸전, 외주까지 병행하는 3 job 생활을 했다. 모든 선택은 내가 했지만 그때의 나는 인턴 생활이 빡세고, 졸전이 까다롭고, 외주는 수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몰랐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는 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꼴이 되었다.

그때 당시의 소원은 단 하루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쉬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못 만난 지도 2달이 넘어갔고 연애는 꿈도 못 꿨다. 한 번은 퇴근길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터져 꺼억 꺼억 소리를 내며 운 적도 있었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준다는 말도 참 정확하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겨냈다. 졸전은 잘 마무리했고, 외주도 인턴월급 이상의 보수를 받았고, 가장 힘들었던 취업도 성공하였다.

계약이 끝난 날, 처음 이사 온 날이 떠오르며 그때의 내가 원하던 걸 모두 성취했다는 뿌듯함, 대견함과 걱정, 불안,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던 그간의 2년이 떠오르며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인생의 어떠한 2년도 그때의 시간만큼 파란만장하고 힘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최근 회사에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늘어가고 있었는데 ‘이사’를 주제로 그때의 날들을 돌이켜보니 지금의 나는 참 행복한 거구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버텨야겠다. 지금 집 계약이 끝나는 시점의 나는 또 어떻게 성장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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