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로 아침 요가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나 이주일이 되어간다. 이삼일 하다가 그만 둘 줄 알았는데 해 보니 계속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들었다 현재로서는.
요가는 10년 전쯤 헬스장을 다닐 때 헬스장 프로그램에 따라 일주일에 두세 번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다. 40대에 처음 하는 요가였는데 그때 요가 강사가 내 몸이 유연한 편에 속한다고 칭찬해 줬었다. 당시의 나에게 요가는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는 훈련과 명상을 통하여 초자연적인 능력을 개발하고....'가 아니라 온몸을 당기고 늘리고 조으고 비트는 정적인 듯 동적인 운동에 다름 아니었다.
이번에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지난주 월요일이었던 것 같다. 날씨는 흐렸지만 등산을 가려고 간단하게 배낭도 꾸리고 아웃도어도 챙겨 입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 오는 날의 등산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비 오는 산속의 운치를 즐기기까지 했다. 그날도 큰 비가 아니라면 비가 오더라도 등산을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지 비 오는 게 반갑지가 않았다. 큰 비도 아닌데 선뜻 나서 지지가 않았다. 약간의 갈등 후 포기해 버렸다. 그러고 나니까 뭔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쉽게 포기해 버린 나 자신이 또다시 한심스러워졌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기는 싫었다. 짜증이 나면서 그날 하루가 막막해졌다. 일단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다른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머리가 아니라 몸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집안을 서성이며 스트레칭을 하다가 '요가'를 떠올렸다.
티브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요가 동영상을 켰다. 많은 동영상 중 '아침을 시작하는 22분 모닝 요가'를 선택하고 거실의 러그 위에서 따라 했다.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쉬운 동작들이었지만 하고 나니까 온몸에 촉측할 정도로 띰이 났고 개운했다. 삐그덕거리던 문짝에 성능 좋은 기름칠을 한 듯 마음속 어딘가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린 것 같았다. 그 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는지 몸도 마음도 시원하고 가벼워졌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침 루틴으로 시작해볼까 싶어졌다. 작고 간단한 루틴을 한 개쯤 만들어 놓아야 되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어 왔으니까. 막연했던 계획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사소한 계기로 말이다.
다음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베란다 문을 열어 집안의 공기를 환기시킨 후 거실의 러그 위에 주방에서 쓰던 매트를 가져와 깔아 놓고 시작했다. 이번에는 30분 정도 되는 요가 동영상을 선택했다.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동작들이었다.
다음날에는 몸에 딱 붙는 나름 요가 복장까지 갖춰 입었다. 울룽불룽한 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려운 동작을 기어이 해 내려는 무리는 하지 않았다. 쥐가 나려고 하거나 도중에 근육이 갑자기 뻣뻣해져 오면 바로 그 자세는 풀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자세만 취했다. 화면 속 요가 강사도 무리하지 말고 할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강조했다. 좀 어정쩡하고 우스스꽝스러운 자세더라도 완전히 풀지는 않는 게 중요했다.
요가가 끝난 후엔 조금씩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뻐근해오기 시작했다. 등산을 다녀온 후엔 다리 근육만 며칠 동안 뻐근했는데 요가를 한 후에는 온몸이 뻐근했다. 갈비뼈까지도 요가의 효과가 스며든 듯 뻐근했다. 기분 좋은 뻐근함이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그 뻐근함이 어서 요가를 시작해서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듯했다. 그 아우성 때문에라도 나는 요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 40분 요가를 했고 오늘도 40분 요가를 선택해서 했다. 그만큼 어려운 자세들도 추가되었다.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자세는 비슷하게만 했다. 이상하고 우스운 자세이겠지만 뭐 어떤가 나 혼자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는 뭐니 뭐니 해도 40분의 요가가 다 끝난 후 천장을 향해 온몸의 힘을 풀고 말 그대로 송장처럼 누워있는 '송장자세'다. 저승사자가 와서 끌고 가도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끌려가고 싶은 자세이다.
오늘 거울 앞에 서니 울릉불릉하게 튀어나온 살의 곡선이 조금 완만해진 것도 같아 보였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유연해지겠지...시간을 조금 더 늘려봐? 싶은 욕심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