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건너 213
한 집 건너
“커피숍 갈래.”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방이 어지러워져 커피숍에 가자고 했다.
“커피값 장난 아니야.”
친구는 시장 보러 갔다 까무러질 뻔했다고 했다. 채소를 담았다 뺐다 몇 번 하다 그냥 왔다고 했다. 물가가 지붕을 뚫고 롯데 몰을 뚫었지만 버릇없다고 할 수 없다.
주경이는 커피콩을 갈았다. 나는 개미 똥만 하게 물에 타서 마셔도 잠을 설친다.
커피 한 잔에 천 원에서 만 원, 만원 넘는 곳도 있다. 우리는 한 끼 밥값을 아낌없이 마신다. 너나 나 나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닌다.
오래전 나도 믹스커피를 마셨다. 그 시절, 컵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릇에 타서 마셨다. 봉지를 접어 휘 저어 마셨다. 마을 사람들은 논밭에서 일하다가 믹스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활력소였다. 집에 손님이 찾아와도 직장에서도 커피를 내놓은 것이 예의며 유행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직장 다닐 때다. 어느 날 갑자기 손이 떨리고 숨이 차 며칠 끊었다. 다시 마셨지만, 여전히 떨리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입술에 댄 적 없지만, 운전 면허증을 따기 위해 전날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했다. 커피를 마셨다. 종일 말똥말똥하다가 다음 날 저녁때 잠이 쏟아졌다. 커피는 종 쳤다.
그래서 커피숍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즈음 독특한 커피숍을 발견하면 내가 먼저 가지고 한다.
이제는 식사하고 나면 커피숍 가는 게 의례처럼 됐다. 그러다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잠을 잤다. 신기했다. 한 건 한 것 같다. 어떻게 카페인만 쏙 뺐을까.
경치 좋은 카페에 앉아 강과 나무를 보면 즐겁다. 술 마시고 취해갈 때 기분과 같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커피, 빵값이 장난이 아니다. 밥을 친구가 사면 커피는 내가 살게 했다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집으면 3.4천 원은 기본이고 7.8천 원이다. 밥값보다 더 나올 때도 있다.
뭔 놈의 빵이 이리 비싸냐? 그래도 양평으로 나가면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 경제는 누가 살리는지 낮에 야외 나가보면 안다.
회사가 밀집해 있는 커피숍을 가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는 사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 커피는 우리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할까?" 말을 남긴 알베르 까뮈가 생각난다.
까뮈가 살아 돌아온다면 지금 우리나라 커피숍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이렇게 잡담을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있다.
동네 커피숍은 몇 시간째 텅텅 비어 있거나 손님 한 명, 이 일을 어쩔까. 커피 한잔에 천오백 원한 데도 있다. 과연 살아남을까 돌아서면 문이 닫혀있다. 물론,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있다. 그건 극히 드문 경우다. 왜 이럴까! 누구나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로망이라고 한다. 그 로망이 사람 잡는다.
나는 손님이 없는 집에 가려고 하지만, 테이블 서너 개 있는 곳은 말소리가 다 들려 신경 쓰인다. 될 수 있으면 동네 카페를 간다.
요즈음 임대료 감당 못 해 폐업한 곳이 수백 곳이다. 상가 유리창에 ‘임대문의’가 빨간 지네처럼 붙어있다. 나도 임대료 못 내 쫓겨난 장본인 중 한 사람이며 산 증인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동네 상권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골목으로 가자는 말 하려고 긴 사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