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들의 사계

황반변성 235

by 불량품들의 사계

황반변성




나무를 더듬어본다

거울 속 어둠이 선명해진 거 같다

나는 보이는 대로 말을 하며 살았을까

오랜만에 나무를 더듬어본다

이제 냉장고를 석고 기둥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보이는 대로 보면 되는 거야

그동안 수많은 말들은 얼마나 애를 썼을까

속아주느라 애쓴 말들에게

안팎이 다른 말들이

내 눈을 압류한다

아하 눈이 내린다

눈물을 갖다 버리는 바람의 방식은 말이 아니다

안대를 풀고 거울을 닦는다 작은 새들의

구부러진 모퉁이에

어긋난 무늬들을 새긴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검은 가지들,

반짝거리는 일보다 그냥 눈을 감았으면 해

바닥을 껴안은 일은

온몸으로 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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