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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Feb 06. 2024

불량품들의 사계

어른 까치를 모시고 왔다 63

어른 까치를 모시고 왔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쪼아대다 찬바람 속으로 날아간다. 


방이동 살 때가 떠올랐다. 개나리가 낭창낭창한 삼월 일요일 오후였다. 강아지 산이랑 집 뒤 놀이터에 갔다. 나이 든 어른들이 정자 아래 앉아 빛을 쬐고 있었다. 유모차를 타고 나온 아이들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에 바빴다. 유치원생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요즈음 나는 애들만 보면 기분이 좋다. 인구절벽에 부딪힌 나라 걱정을 하면서부터다.

     

산이랑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애들 웃음소리와 나무 위 까치 소리가 놀이터 안에 가득 찼다. 화단을 무심히 보고 있었다. 까치 한 마리가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느티나무에서 내려왔다. 까치는 제 몸 두 배나 되는 나뭇가지를 부리로 물었다. 가지를 물고 날아오르려는데 기우뚱거렸다. 날개를 폈지만 주저앉았다. 다시 두 발을 땅에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러나 부리에 문 나뭇가지가 중심을 흔들었다. 까치는 대여섯 번을 날아오르다 멈추었다. 발을 종종거렸다. 눈을 두리번거렸다. 날아오르기 위해 궁리하는 거 같았다. 뒤로 두세 발짝 물러섰다. 날개를 폈다. 날아올랐다. 땅바닥에서 30Cm 위로 날아올랐을까? 가지는 좌우로 흔들거렸다. 까치는 가라앉았다. 날개를 접은 까치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가지를 물고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화단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풀에서 나와 날아가는 까치 부리에 가지가 없었다.    

 

나는 발발거리고 다니는 산이를 벤치에 묶었다. 재빨리 화단 안으로 들어갔다. 풀 속을 헤쳤다. 나뭇가지가 숨겨져 있었다. 무거워서 물고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뭇가지를 반으로 부러뜨리고 나왔다.


한참 있다가 까치 두 마리가 날아와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화단을 드나들었다. 내가 부러뜨리기 전 막대기를 찾는 것 같았다. 까치들은 눈을 굴리며 찾는 것을 멈추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까치는 나뭇가지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진흙을 발라가며 집을 는다고 한다. 이것을 ‘재밍’이라고 한다. 집을 짓는 것을 보고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는데, 내 생각에 아까 그 까치는 처음 집을 짓는 초보 까치가 분명하다. 까치는 나무 위에서 살피다가 기초공사에 필요한 가지를 발견하고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혼자 물고 갈 수가 없었다.

     

놀이터 느티나무 그늘이 한쪽으로 길어졌다.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산이는 해찰하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집에 들어와 쌀을 씻다가 생각났다. 그러면 까치 둘이 나란히 그 막대기를 정말 물고 간다는 뜻이야?

‘말도 안 돼’

밥솥에 취사를 누르다 떠올랐다.

‘그럼 자기 힘으로 안 되니까, 경험 많은 까치를 데리고 온 것이여?’

산이한테 물었다. 산이는 구슬만 한 눈을 좌우로 굴렸다. 그래 네 속을 어떻게 알겠냐.

초보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어르신, 제가 기초공사에 필요한 나뭇가지를 봐뒀어요.”

어른 까치가 그 나뭇가지를 가지러 왔다는 것도 모르고 방정맞게 똑 부러뜨려났으니, 초보 까치는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하! 이 오지랖, 나는 까치에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놀이터에 가서 그만한 나뭇가지를 어제 그 자리에 던져놓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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