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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 돼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등 참고하여

by yesse

어젯밤 TV에서 서울대생들의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교내에 정신과 의사를 상주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르트르의 말마따나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젊음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고귀한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니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세대도 그 나이 때에 당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었겠지만 요새 젊은이들의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을 보면 갈수록 불안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어려워지는 취직, 치솟는 집값 등등 우리 세대보다 정신적으로 나약한 세대라고 나무라기에는 그들이 처한 환경이 녹녹해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또는 우리 세대가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라는 사실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아들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일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우리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들 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패자부활이 불가능한 세상, 집값 상승 등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내 자식들 다 키워놓으니 요새 40대 학부모들로부터 어떻게 얘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영어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영어 유치원은 언제부터 보내야 하는지? 초등생 선행학습은 시켜야 하는지? 나는 그럴 때마다 한결 같이 대답합니다. "그냥 놀아 주기만 하세요". 그들도 그 앞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프레임을 그대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우는 의심이 많고 사람 친화적인 동물이 아니라서 가축화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여우의 가축화를 시도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야생 여우들을 잡아서 교배를 시킵니다. 그럼 2세들이 태어나겠죠. 그들 중 비교적 더 순하고 더 인간 친화적인 녀석들 골라서 교배를 시킵니다. 이렇게 6 세대를 반복하였더니 여우들이 마침내 가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가축화된 여우는 인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먹이라도 한번 더 얻어먹기 위해서 축 내리고 다니던 긴 꼬리를 개처럼 말아 올려서 사람들 앞에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야생에서 쫑긋 솟은 귀로 포식자들을 경계하던 여우들이 인간의 보호아래 살면서 경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러면서 귀는 자연스럽게 처집니다. 울음소리도 개와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의 모피로 인정받았던 야생 여우털이 윤기를 잃고 개털처럼 되어서 상품성이 없어집니다.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 사례에서 여우의 진화가 단 6 세대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강조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책에서 인간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 좋은 성과를 낸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교육관과 인사관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냥 놀아 주기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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