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앓던 이였어.
30여 년 키웠던 사랑하는 딸이 자기 인생을 산다고 하니 기쁨과 함께 아쉬움이 강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아빠의 당당함을 보이려고 혀를 깨물어가며 딴생각을 해가며 버텨보았으나 눈가에 맺힌 눈물은 감출
수가 없았습니다.
부모생각 고향생각에 소매에 젖은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앞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겠으나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갓난아이 때 밤낮이 바뀌고 숨 쉬는 횟수만큼 울어대던 아이여서 우리 부부를 꽤나 힘들게 했고
둘째는 못 낳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100일이 되었습니다. 100일 후 거짓말처럼 얌전해진 아이를 보고
이건 실로 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사람이 부리는 말썽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했던가. 그 후 딸아이는 단 한 번의 말썽이나
속 썩임 없이 30년을 컸습니다. 밖에서 있었던 일은 쫑알쫑알 잘 얘기해 주었고, 청소 등 집안일도 잘
도와주던 아이였습니다. 범접하기 어렵다는 사춘기도 예방주사 맞은 홍역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커갔고 우리 부부에게는 기쁨덩어리였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자라면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하듯이 나의 사랑하는 딸도 제짝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제 수루에 기대서서 딸의 인생을 응원하고 기도해 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허전함은 부모 된 자의 몫이겠지요.
결혼식 후 몸무게가 1Kg 이 빠졌습니다. 앓던 이가 빠져서 몸무게가 빠진 것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좀 무거운 앓던 이였지만,
"딸아! 아빠가 살아본 인생은 아름다웠다. 새파란 풀 비 눈 그리고 함께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너의 아름다운 인생을 즐겨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