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밥을 차려주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채우고, 빨래 통을 비워 세탁기에 옮겨 담고, 모인 쓰레기를 들고나가 규칙에 따라 분리하고 빈 통에 새 봉투를 씌우고, 가끔 죽을 듯 고단해도 너와 마주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는 너를 지켜보고, 나의 작은 호의에 기뻐하는 너를 보다 고맙다는 인사에 퉁명스레 대답하고, 너의 오늘에 귀를 기울이는 일.
사랑은 이처럼 하찮다면 하찮은, 그렇기에 고귀할지 모르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면서 때로는 고달픈 일.
어쩌면 나보다 너를 더 살피고
그렇게 나를 돌보는 일.
그래서 내가 주려는 사랑은
주는 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밤길을 걸으며 이 말 저 말이나 하다가
끝내 시간이 모자라 밤을 지새우고
그러다 평생을 바쳐야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