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별거 아닌 일
구름을 가르고 소식으로나 들어본 이국으로 떠난다거나
가로수 그늘과 햇볕을 번갈아 지나는 차들을 풍경 삼은 가벼운 발걸음
여러 손을 거쳐 준비된 음식을 은수저 없이 먹는 일
별거 아닌 일
별거 아니도록 묶어둔 사슬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끈적한 핏빛 사슬에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여전히 배는 가라앉는데
비행기가 벽에 처박히는데
군중의 발에
가면에 숨어 흘기는 눈에 차이고 뭉개지는데
차마저 비틀거리며 넘어오는데
자처하지 않은 제물의 권능으로 지내는
벌건 평안 속에 살다
효력이 다할까 두렵다가도
내 차례일까 서늘하다가도
제사가 있었단 걸 잊곤 한다
미안하게도
끝없는 희생제를 끝내고 싶다
제사상을 뒤엎고 싶다
비건 제사는 없는 걸까
식물의 씨가 마르겠구나
디지털 제사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