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명절에 만난 친척들은 자란 키를 금세 알아채고
몇 개의 계절 속에 수축팽창 하다 보면
알고 지낸 사람을 못 알아보기도 한다
아
목구멍 깊이 눌어붙어 좀처럼 뱉어지지 않는
잊으려 묻어둔 얼굴이 나를 추적해 올 때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기워 붙인 그의
피조물처럼
또 맹수처럼
사냥꾼처럼
잊지 않으려 매일 돌아보는 일은 괴롭다
어제 알던 사람들은 나의 감옥
모든 날을 기록한 신의 책은 가혹한 형별
영원한 기억은 영원한 지옥
아
길이 멀수록 많아지는 끈들
가방들
그동안 잘못 집어든 것들을 솎아내면
끊고 버려두고 떠나면
걸음이 가벼울까
잊히려 매일 떠나는 일은 괴롭다
누구도 모르는 낯선 사회는 무인도
기억되지 않는 것도 영원한 지옥
지옥의 사이에서 위태로이 줄타기하다
용서를 갈구하다
천국의 열쇠는 너의 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