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by 어쩌다보니

온 거리를 뒤져도 찾지 못한

그리움에 매일 신께 빌던 너를

그날 처음 만났다


너란 걸

그날 만날 거란 걸 알았다면

가만히 설레어했을 것을 괜히


사랑은 두 사람의 일이란 생각은 경솔했다

둘의 부피만으로도 일찍이 놀랐지만

불어나는 살림처럼 사랑은 더 거대한 무엇이었다


가장 사랑할만한 사람도 사랑하지 못한다면

뵈지 않는 신도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해 질 녘 늘어진 그림자에는

각자 끌고 온 세상이 꾹-꾹- 담겨 있었다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

두려워도

끌어안는 것

날 서고 뾰족해도

너 없인 알 수 없었을 세상에

걸어 들어가는 것


나랑 새 나라에 가자

본 적 없는 세상에 가자

메고 온 짐들로 새 집을 짓자

그렇게 살자 함께


너와 나의 사진첩이 둘의 키만큼 쌓였

오려낼 엄두조차 안나는

너를 오리면 내 팔다리도 잘리는

셀 수조차 없는 사진들


경험이 사람의 재료라던데

내 재료의 절반이 너라면

너가 내 반쪽이란 말은 평범한 사실이다


사랑해


안부처럼, 습관처럼 말해 색이 바랜 글자들을

덧칠하듯 주저리주저리

칠하다 어느새 두꺼워졌다


어울리는 색을 찾자

마음을 다 담지 못하니

계속 칠하고 광택을 내자

우리 사랑을 가장 닮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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