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피부

by 어쩌다보니

내 녹색 새 피부는

땀샘도 잔털도 없이 빳빳했다

풀과 나무를 본 땄다지만

잎도 가지도 생명도 없고

그저 죽지 않고

죽이기 위한


주인은 고대의 바다괴물

사람들을 비늘처럼 엮어 둘렀다

뒤집혀 비명을 지르는 것들은

각질처럼 뜯어 버렸다

충성을 바쳐야 해


수많은 아이들이 물에 가라앉는 것을 봤다


주인의 눈은 백 개 아니 천 개

저 많은 아이들을 다 돌볼 수는 없다는 그를

노려보는 것들을

노려보느라 바쁜

천 개의 눈


주인은 바빴지만

울며 괴성을 지르는 것들의

눈과 혀는 성실히 뽑았다

그는 시선으로 목을 졸랐고

나는 슬퍼할 시간을 빼앗겼다


아 나의 몸은 초록색

나의 주인은 길들여지지 않는 바다괴물

괴물은 사람을 엮어 둘렀고

천 개의 눈은 무자비하다

그에게서 놓여 돌아온 고향에도

시선이 닿아 불쾌하다


뻐근한 어깨

침침한 눈

답답한 목

눈과 혀가 제자리에 있는지

더듬어 확인하고

피가 나도록 긁어도

녹색으로 물든 피부는 둔감하다


죽음을 웃으며 말했다

괴물의 미소가 떠올라 구토하고

건조한 안구에

인공눈물 몇 방울 떨어뜨려 봤다

나는 슬퍼할 기회를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