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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an 05. 2022

당연한 것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 서두르 듯 계단을 뛰어오르던 발걸음 소리. 문을 열면 보여준 환한 미소와 가뿐 숨소리. 문을 열어 주고 돌아서는 나를 뒤에서 안으려 다가올 때 느껴졌던 인기척. 내 신발 옆에 다소곳이 벗어져 있던 너의 신발과 내 외투 옆에 나란히 걸려있던 베이지색 그 외투. 거실에서 희미하게 들렸던 나를 위해 요리를 하던 네가 부르던 콧노래. 함께 마실 와인을 따는 나를 턱을 괴고 바라보던 너의 눈빛. 너와의 키스. 너의 살 냄새. 늘 식탁 가장자리에 벗어 놓던 너의 안경과 그 옆에 읽던 페이지 그대로 뒤집혀 놓여 있던 소설책. 깜빡 잠들어 소파 밑에 떨구어 놓던 티브이 리모컨. 청소를 할 때마다 거실 작은 탁자 위에 풀어 올려놓던 가끔 시간이 느슨히 맞았던 너의 시계. 신발장 위에 놓고 그냥 나가기도 했던 네 텀블러.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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