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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Oct 27. 2022

미국 제조업체에서 일하면서 본 그 제빵회사의 사망 사고

마인드셋의 문제

미국이라고 근로자가 근무 중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지는 않을 거다. 자세한 통계는 본 적 없지만 당연히 이곳에도 3D 직종이 있고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종종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뉴스에선 본 그 사건처럼 작업 중 재해 사고 시 악마가 울고 갈 방식으로 대처를 하지는 않을 거다.


잘 모르는데 천조국은 이렇다고 미화하고 헬조선이라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고 내 경험담만 이야기하겠다. 나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가 compliance engineering인데 우리 회사의 제품이 관련된 안전 규격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되게 하는 일이다. 또한, 관련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일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Risk Assessment라는 것을 하는데 제품이 어떠한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일이다. 그런데 Risk Assessment는 제품의 전 생애 주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 제품이 고객에 의해 사용될 때뿐만 아니라 우리가 제조 시 제품을 옮기거나 조립할 때도 포함되고 또 제품이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해 폐기될 때의 위험성까지 평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산직 직원들의 안전 교육도 담당하는데 만일 생산 중 그들에게 신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즉시 설계를 변경하던, 프로세스를 변경하던, 혹은 안전 장구를 변경하던 즉각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빵을 만드는데 비단 빵 만드는 기계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빵 냄새 때문에 누군가 두통을 느끼거나 한다면 그것이 위험성으로 간주되어 냄새가 안나는 빵을 만들 거나 빵을 만들 때 냄새를 안 맡도록 공정을 변경하거나 빵 냄새를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 같은 보호장비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즉, 언제든 생산직 직원들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 red flag을 올릴 수 있는데 내가 담당하는 제품의 설계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설비나 장비, 공정 등 모든 면에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그 위험이란 것이 예를 들어 장비의 조작 스크린이 너무 낮아 장기적으로 허리나 목이 아플 수 있는 정도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는 그 어떤 인간을 향한 문제도 위험성으로 평가된다. 


내가 안전 관련 어떤 교육의 필요성을 보고하면 보통 그것은 가장 우선순위로 승인이 되고 가장 빠른 시간에 일정이 잡히며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재교육을 하더라도 이수하도록 요구된다. 그리고 모든 것은 문서로 기록되고 이수자 개인의 서명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당연히 미국의 소송 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교육 자료에도 특정 회사가 안전 문제로 인해 얼마만큼의 벌금을 물게 되었는지가 아마 초반 몇 페이지 내에 위치해 있다. 즉, 작업장 내 안전 문제는 미국의 정부 기관 (OSHA 등)과 더불어 개인 소송까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을 유지하는 게 (유지하도록 투자하는 것이) 더 싼 방법이라는 것이 우리 회사에게 있어서도 상식이다.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안전 관련 부서장이 변호사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소송이나 벌금을 두려워해서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른 엔지니어들을 교육할 때 나는 반드시 왜 안전 관련 규격을 만족해야 하는지 묻는다. 보통 그들은 그래야만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거나 수출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것도 맞는 대답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나는 그 누구도 내가 만든 제품으로 인해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실 나는 이 말을 인용한 것인데 이것은 내가 처음 안전 관련 업무를 맡았을 때 나를 교육했던 다른 엔지니어에게 들었던 말이다. 나는 현재는 이 말이 내 진심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듣기로 사고가 난 장비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제빵 회사 측에서 작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그것을 제거했다고 들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첫째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둘째는 내부에서 누구도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 셋째는 그것이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는 것. 나의 업무 중 하나가 우리 제품이 고객에 의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지어 제품에 어떤 위험성이 존재하는지 그 레벨이 어떤 수준인지 고객에게 공개하여 고객이 대책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며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어떠한 modification도 불허한다. 이것은 단순 추천 사항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관련 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제품의 경우)


최근에 반도체 수급 문제로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스크린의 설계가 변경되었다. 제품의 사양은 똑같지만 스크린의 크기가 작아지게 되었는데 관련 안전 규격을 충족했음을 인증하는 인증 프로세스가 늦어지면서 미인증 된 제품이 들어올 뻔했다. 그것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많은 회의를 하고 또 내가 안전장치들을 추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스크린 크기 변경 전의 제품은 인증이 있고 사양은 동일함에도) 사실 그것은 실제적인 위험성의 우려 때문이 아니라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때의 법적인 문제 때문이었지만 이유가 어쨌든 그런 작은 문제 하나에도 만의 하나 생길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검토하고 추가적인 그리고 redundant한 대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유가 어쨌든 그러한 노력은 잠재적인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엔지니어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도 그 제빵 회사의 사후 처리의 비인간적임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근본적으로는 생산직을 대하는 기본적인 인식, 마인드셋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헬조선을 탈출하는 사람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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